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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일조량 감소로 비타민D 합성이 저하되면 이석증이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가을·겨울철 일조량 감소는 생각보다 우리 몸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낮 시간이 짧아지고 추위로 실내 생활이 늘면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해 비타민D 합성이 떨어지기 쉽다. 이로 인해 계절성 우울감은 물론 귀 건강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이석증 환자라면 이런 계절적 요인이 증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귀는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으로 나뉘며, 전정기관 안에는 아주 작은 칼슘 결정체인 '이석'이 존재한다. 이석은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중력 방향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제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가면 머리를 움직일 때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이때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이석증'이다.

강서 소리의원 배성천 원장은 “이석은 칼슘 결정체로, 체내 비타민D 농도와 매우 밀접하다"며 "비타민D는 햇빛에 노출돼야 체내에서 합성되는데, 가을철 햇빛이 줄어들어 비타민D 합성이 저하되면 이석의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져 제자리에서 이탈할 위험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갱년기 여성이라면 이 시기 비타민D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배 원장은 "갱년기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인해 비타민D 흡수율과 칼슘 대사 기능이 저하되고, 골밀도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석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 한 대학병원이 이석증 환자 1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타민D가 부족하고 골밀도가 낮을수록 이석증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타민D가 뼈 건강뿐 아니라 내이의 평형기능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석증은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 어지럼증이 유발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피로감이나 저혈압으로 인한 기립성 어지럼증과는 달리, 주변이 빙빙 도는 듯한 현상이 반복되거나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차례 발생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배성천 원장은 “이석증은 약물치료보다 이석치환술과 같은 물리치료를 통해 대부분 호전이 가능하다"며 "다만 비타민D 부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햇빛을 통한 비타민D 합성과 꾸준한 영양 섭취가 이석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을철에는 햇빛 노출이 줄어드는 만큼 이석증 예방을 위해 가벼운 산책이나 실내에서도 창가에서 하루 15~20분 정도 햇볕을 쬐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또한 연어, 고등어, 우유 등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음식을 짜게 먹는 등 귀 압력을 높일 수 있는 생활습관도 개선하는 게 좋다. 또한, 이석증은 재발이 흔하기 때문에 머리와 몸을 급격히 움직인다거나 머리에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배 원장은 “햇빛이 줄어드는 계절에는 비타민D 결핍으로 인한 어지럼증, 피로감, 두통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러한 증상을 단순한 계절적 변화로만 보지 말고, 귀 질환 여부를 함께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