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컵의 희망: 특수 분유] ②환자·보호자 편
<편집자 주>
아기의 생명을 지탱하는 한 컵의 분유는 누군가에겐 ‘선택’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절실한 ‘희망’입니다. 일반 분유와 달리 특별한 제조 과정을 거치는 특수 분유는 사실상 환아의 유일한 버팀목이 됩니다. [한 컵의 희망: 특수 분유] 시리즈를 통해 특수 분유를 만드는 기업과, 그 분유로 생명을 이어가는 환자 가족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1편에서는 유업 회사 관계자의 이야기를, 2편에서는 특수 분유를 섭취하는 환자 보호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기의 생명을 지탱하는 한 컵의 분유는 누군가에겐 ‘선택’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절실한 ‘희망’입니다. 일반 분유와 달리 특별한 제조 과정을 거치는 특수 분유는 사실상 환아의 유일한 버팀목이 됩니다. [한 컵의 희망: 특수 분유] 시리즈를 통해 특수 분유를 만드는 기업과, 그 분유로 생명을 이어가는 환자 가족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1편에서는 유업 회사 관계자의 이야기를, 2편에서는 특수 분유를 섭취하는 환자 보호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선천성 대사질환 환자들에게 특수 분유는 평생 먹어야 하는 밥이자 약이다. 이들은 살기 위해 영유아기·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돼서까지 평생 특수 분유를 먹는다. 그러나 국내 특수 분유 지원은 환자가 성인이 됨과 동시에 중단된다. 성인 환자들도 여전히, 혹은 더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하는데, 정작 도움의 손길이 끊기는 셈이다. 27년째 특수 분유를 먹고 있는 프로피온산혈증 환자 이재훈 씨(27)의 어머니 유희정(52)씨는 “생존에 필수적인 특수 분유를 국가가 끝까지 지원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수 분유 제조 첫해에 태어난 아기
1999년생인 재훈 씨는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서 처음 특수 분유 생산이 시작된 해에 태어났다. 그는 아기 때부터 몸이 축 처지는 증상이 있었다. 발바닥을 때리면 울어야 하는데 울지도 않았다. 암모니아 수치가 심각하게 올라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렇게 원인 모를 증상에 시달리던 중 좀 더 세밀한 치료를 할 수 있는 큰 병원으로 옮겼다. 프로피온산혈증을 진단받은 건 그 다음 해였다. 특수 분유를 먹여야 한다는 걸 알게 됐고, 제품을 찾아서 먹이기 시작했다. 당시는 특수 분유의 존재 자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다.
어렵게 구한 특수 분유를 일반 분유와 섞어 먹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특수 분유는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소만 들어가고 맛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영양소를 제거하기 때문에 일반 분유 대비 맛이 좋지 않아서다. 실제 특수 분유를 맛본 보호자들은 “구역감을 느낄 정도로 맛이 떨어진다”고 말하곤 한다. 희정 씨는 “특수 분유는 맛있는 식사가 아닌 약에 가깝다 보니, 먹기 싫어하는 아기를 혼내가면서 먹였다”며 “밤에 자고 있을 때 몰래 먹이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19세 넘으면 지원 중단… “성인 되면 국민이 아닌가?”
프로피온산혈증을 비롯한 선천성 대사질환은 5만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질환 종류만 해도 600종이 넘고, 지금도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환자들은 모유를 포함해 쌀밥·빵·고기를 먹기 어려워 평생 특수 분유나 저단백 식품을 먹어야 한다. 식단 관리를 안 하면 운동 발달·성장 장애나 뇌세포 손상으로 이어지고,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정부에서는 선천성 대사질환 환자에게 특수 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다만, 지원은 만 19세까지다. 보건소는 만 19세가 지나는 시점까지 쓰일 분유의 분량을 정확히 계산해 그에 해당하는 양만 집으로 보낸다. 성인이 된 환자들은 직접 비용을 부담하며 특수 분유를 구해야 한다.
재훈 씨 역시 19살이 되던 해에 분유 수급이 칼같이 끊겼다. 당시 상황에 대해 희정 씨는 “19번째 생일에 딱 맞춰 택배 상자에서 분유통 몇 개가 빠져있었다”며 “국가가 인정하는 국민의 범주에서 제외된 기분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재훈 씨가 먹는 분유는 100g당 6125원이다. 일반 분유가 100g에 약 3125원인 것을 고려하면 거의 두 배 비싼 가격이다. 성인인 지금은 몸이 자란 만큼 먹는 양도 늘었다. 특수 분유 한 통으로는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한다. 간병인 고용, 의료기기 대여, 약 처방 등에 한 달에 수백만원이 드는 상황에서 특수 분유 구매에 따른 금전적 부담까지 가중됐다.
희정 씨는 “선천적 대사질환은 중간에 나아지는 병이 아닌 죽을 때까지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며 “아들처럼 아픈 사람에게도 투표권이 있고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성인이 됐다는 이유로 지원을 끊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환자 단체에서는 한정적인 지원이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남은 생애 동안 짐을 지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선천성대사질환협회 이태영 회장은 “기업만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수천 명의 환우를 살리고 있다”며 “국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풍당뇨증, 국내에 특수 분유 없어… 생산 시급
특수 분유를 먹는 환자들 중에는 분유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이들도 있다. ‘단풍당뇨증’ 환자들이 대표적이다. 선천성 대사질환의 일종인 단풍당뇨증은 3세 전·후로 1~2단계에 걸쳐 특수 분유를 먹어야 하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3세 이전에 섭취하는 1단계 특수 분유만 생산하고 있다. 2단계 특수 분유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방법도 있지만, 이마저도 불량품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수 분유를 먹는 환자와 가족들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특수 분유 생산·공급에 나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희정 씨는 “재훈이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을 땐 같은 병동에 있던 아기들이 한 달에 한 명꼴로 세상을 떠났다”며 “정말 어렵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만큼, 특수 분유 지원이라는 작은 도움으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힘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특수 분유 제조 첫해에 태어난 아기
1999년생인 재훈 씨는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서 처음 특수 분유 생산이 시작된 해에 태어났다. 그는 아기 때부터 몸이 축 처지는 증상이 있었다. 발바닥을 때리면 울어야 하는데 울지도 않았다. 암모니아 수치가 심각하게 올라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렇게 원인 모를 증상에 시달리던 중 좀 더 세밀한 치료를 할 수 있는 큰 병원으로 옮겼다. 프로피온산혈증을 진단받은 건 그 다음 해였다. 특수 분유를 먹여야 한다는 걸 알게 됐고, 제품을 찾아서 먹이기 시작했다. 당시는 특수 분유의 존재 자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다.
어렵게 구한 특수 분유를 일반 분유와 섞어 먹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특수 분유는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소만 들어가고 맛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영양소를 제거하기 때문에 일반 분유 대비 맛이 좋지 않아서다. 실제 특수 분유를 맛본 보호자들은 “구역감을 느낄 정도로 맛이 떨어진다”고 말하곤 한다. 희정 씨는 “특수 분유는 맛있는 식사가 아닌 약에 가깝다 보니, 먹기 싫어하는 아기를 혼내가면서 먹였다”며 “밤에 자고 있을 때 몰래 먹이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19세 넘으면 지원 중단… “성인 되면 국민이 아닌가?”
프로피온산혈증을 비롯한 선천성 대사질환은 5만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질환 종류만 해도 600종이 넘고, 지금도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환자들은 모유를 포함해 쌀밥·빵·고기를 먹기 어려워 평생 특수 분유나 저단백 식품을 먹어야 한다. 식단 관리를 안 하면 운동 발달·성장 장애나 뇌세포 손상으로 이어지고,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정부에서는 선천성 대사질환 환자에게 특수 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다만, 지원은 만 19세까지다. 보건소는 만 19세가 지나는 시점까지 쓰일 분유의 분량을 정확히 계산해 그에 해당하는 양만 집으로 보낸다. 성인이 된 환자들은 직접 비용을 부담하며 특수 분유를 구해야 한다.
재훈 씨 역시 19살이 되던 해에 분유 수급이 칼같이 끊겼다. 당시 상황에 대해 희정 씨는 “19번째 생일에 딱 맞춰 택배 상자에서 분유통 몇 개가 빠져있었다”며 “국가가 인정하는 국민의 범주에서 제외된 기분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재훈 씨가 먹는 분유는 100g당 6125원이다. 일반 분유가 100g에 약 3125원인 것을 고려하면 거의 두 배 비싼 가격이다. 성인인 지금은 몸이 자란 만큼 먹는 양도 늘었다. 특수 분유 한 통으로는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한다. 간병인 고용, 의료기기 대여, 약 처방 등에 한 달에 수백만원이 드는 상황에서 특수 분유 구매에 따른 금전적 부담까지 가중됐다.
희정 씨는 “선천적 대사질환은 중간에 나아지는 병이 아닌 죽을 때까지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며 “아들처럼 아픈 사람에게도 투표권이 있고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성인이 됐다는 이유로 지원을 끊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환자 단체에서는 한정적인 지원이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남은 생애 동안 짐을 지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선천성대사질환협회 이태영 회장은 “기업만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수천 명의 환우를 살리고 있다”며 “국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풍당뇨증, 국내에 특수 분유 없어… 생산 시급
특수 분유를 먹는 환자들 중에는 분유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이들도 있다. ‘단풍당뇨증’ 환자들이 대표적이다. 선천성 대사질환의 일종인 단풍당뇨증은 3세 전·후로 1~2단계에 걸쳐 특수 분유를 먹어야 하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3세 이전에 섭취하는 1단계 특수 분유만 생산하고 있다. 2단계 특수 분유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방법도 있지만, 이마저도 불량품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수 분유를 먹는 환자와 가족들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특수 분유 생산·공급에 나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희정 씨는 “재훈이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을 땐 같은 병동에 있던 아기들이 한 달에 한 명꼴로 세상을 떠났다”며 “정말 어렵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만큼, 특수 분유 지원이라는 작은 도움으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힘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프로피온산혈증이란?
몸에 특정 효소가 부족해 발생하는 선천성 대사질환으로, 신생아 초기에 구토·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하지 않으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며 심근병·뇌 손상으로 인해 빠르게 사망할 수 있다. 많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할 경우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한다.
몸에 특정 효소가 부족해 발생하는 선천성 대사질환으로, 신생아 초기에 구토·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하지 않으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며 심근병·뇌 손상으로 인해 빠르게 사망할 수 있다. 많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할 경우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