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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사진/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평소 설사나 변비가 잦아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하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는 장 건강을 위해 유산균 섭취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증상 유형마다 섭취 시 도움이 되는 유산균이 다르고, 피해야 하는 균주도 있어 구매 전 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증상에 따른 '질환 하위유형' 확인을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유산균 건강기능식품에는 ▲단일 균주 제제 ▲혼합 다중 균주 제제 ▲효모형 제제 ▲스포어형 제제 ▲신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 제제 등이 있다.

단일 균주 제제는 비피도박테리움, 락토바실러스, 바실러스 코아귤런스 등 유익균 한 가지를 주성분으로 하며, 혼합 다중 균주 제제는 비피도박테리움·락토바실러스와 함께 연쇄상구균속 균주를 포함하기도 한다.

효모형 균주로는 '사카로마이세스 보울라디'가 대표적이며, 흔히 일반 설사·항생제 연관 설사 증상이 있는 환자들을 위주로 쓰인다. 스포어형은 자극이나 위산에 강한 바실러스 계열 균주가 많고, 저장성과 위산에 견디는 힘이 강한 것이 장점이다. 신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혼합한 제품이며,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유산균이 죽거나 대사 활동을 하면서 남긴 부산물을 활용한 제제다.

여러 품목 중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가 유산균 섭취를 고려한다면, 자신의 주된 증상이 설사·변비 중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증상마다 적합한 효과를 내는 균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약사교육연구회 김예지 부회장(약사)은 "특정 균주가 설사·변비·팽만 등 특정 증상에 더 효과적이었다는 연구들이 있다"며 "증상 우선순위에 따라 균주를 선택하는 개인 맞춤형 접근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가령 설사가 주된 증상인 '설사형' 환자는 사카로마이세스 보울라디 등 효모형 균주가 설사 완화에 대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어 이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변비가 주된 증상인 '변비형' 환자는 개인차가 있으나, 일부 비피도박테리움 속 또는 비피도박테리움 락티스 계열 단일 제제가 배변 빈도 개선에 도움을 줬다는 보고가 있다. 이눌린·프락토올리고당(FOS)과 같은 프리바이오틱스 소량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양을 늘리는 방향으로 효과를 시험하는 것은 가능하나, 과민·복부 팽만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설사와 변비가 모두 증상으로 나타나는 '혼합형' 환자는 전반적인 증상 완화에 관한 연구 결과가 있는 단일 균주 제제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 연구에서 전반적인 증상 완화 효과가 나타난 대표적인 예시로는 '비피도박테리움 인판티스(B. infantis) 35624'가 있다.

◇복부 팽만 환자, 고함량 프리바이오틱스 피해야
반대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가 피해야 하는 균주도 있다. 복부 팽만·가스가 주 증상인 환자는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가 고함량인 품목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눌린과 프락토올리고당은 대장에서 빠르게 발효돼 수소·메탄·이산화탄소 생성을 늘리는데, 이는 팽만·복부불편감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

크론병·궤양성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거나, 항암 치료로 인해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환자는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장내 벽을 덮고 있는 장막이 느슨하기 때문에 틈 사이로 균이 침투해 혈관 등 다른 기관까지 이동할 수 있어서다. 일반 경미한 수준의 외래 환자에게는 안전하지만, 드물게 면역 억제 상태인 환자는 혼입된 균에 의한 균혈증·진균혈증이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김예지 부회장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중증·면역 억제 상태에서는 근거 없는 고용량 생 프로바이오틱스 또는 오염 가능성이 의심되는 제품을 피하는 것이 좋다"며 "반드시 주치의와 먼저 상담한 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조 과즙·올리고당처럼 불필요한 '포드맵'이 들어 있는 제품도 피해야 한다. 포드맵은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남아 발효되는 당 성분으로, 소화 효소로 잘 분해되지 않고 대장에 남아 장내 미생물에 의한 발효 과정에서 가스를 만들어 복부 팽만을 촉진하고 방귀를 유발한다.

균주 명시가 불명확하거나, 임상 근거가 없는 혼합물은 선택하지 않아야 하며, 장을 자극할 수 있는 부형제(형태를 잡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가 과도하게 첨가된 경우에도 사용을 지양하는 것이 좋다. 대한약사회 이혜정 학술이사(약사)는 "간혹 유당불내증이 있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가 유당 등 감미료가 첨가된 유산균을 먹고 오히려 설사나 가스로 인해 증상이 더 나빠졌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시중에 균주의 종류가 워낙 많은 만큼 실제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개선한다는 연구가 진행이 된 균주인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