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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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가 돌이 돼 수십 년 동안 여성의 뱃속에 남아 있는 현상이 있다./사진=더 선
아기를 품은 여성의 몸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 과정이 멈춰버린 채, 태아가 ‘돌처럼’ 굳어버리는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바로 ‘리토페디온(lithopedion)’, 일명 ‘석태아’다.

1996년 영국 왕립의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당시까지 의학 문헌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석태아 사례는 약 290건에 불과했고,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약 300건 남짓만 보고됐을 정도로 석태아는 극히 희귀한 의학적 현상이다.

실제로 작년 3월, 브라질 매체 G1에 따르면 마투그로수두술주 아랄 모레이아시에 사는 81세 할머니가 요로감염 증상과 복통으로 지역 병원을 방문했다. 의료진이 CT 촬영(컴퓨터 단층촬영)을 진행한 결과 할머니의 배 속에서 석태아가 발견됐다. 산부인과 전문의를 통한 석태아 제거 수술이 진행됐지만, 할머니는 다음날 사망했다. 수술을 진행했던 병원 측은 마지막 임신이 56년 전이었다는 환자의 생전 언급과 석태아 상태 등을 통해 아이가 50여 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사례도 존재한다. 더 선에 따르면 2014년 모로코에 사는 70대 여성 자라 아부탈레브는 복통과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았다. 엑스선 검사 결과 그녀의 복부 안에서 발견된 석태아는 석회화된 지 35년이 넘었고, 약 2kg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임신 중 복통과 출혈을 겪었지만 의료 시설을 찾지 못해 출산이 중단됐다. 이후 통증이 사라져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갔고, 46년이 지나서야 자기 몸 안에 태아가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석태아 기록은 1582년 프랑스의 콜롱브 샤트리 부인 사례다. 그가 사망한 후 부검을 한 결과, 그의 복강에는 28년 된 석태아가 있었다. 생전 그는 배가 평생 부어오르고 딱딱하며 아팠다고 전해진다.

리토페디온은 자궁이 아닌 복강에서 수정란이 착상하는 복강 내 임신의 결과로 발생한다. 태아가 여성의 난소나 자궁 이외의 복부 내에서 자라다 사망하면 산모의 면역 체계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해 감염을 막기 위한 방어 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석회질이 태아를 둘러싸며 침착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하게 굳어 석태아가 된다. 즉, 임산부의 몸이 스스로 감염을 막기 위해 태아를 석화시키는 것이다.

리토페디온은 대부분 복통이나 장기 압박 증상을 동반하지만, 수십 년 동안 아무런 증상 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다. 일부는 사망 후 부검에서야 발견되기도 한다. 클리블랜드 메디컬 센터 대학 병원의 킴 가르시 박사는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증상을 발견하기 전후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는 복부 종양이나 낭종으로 오인되기도 하며, 실제로 영상 검사 도중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현재는 초음파, CT, MRI 등 진단 기술이 발달해 임산부의 이상을 조기에 감지하기에 리토페디온 발생이 극히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