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서 매미 소리나 삐 소리가 들리는 ‘이명’은 생각보다 흔하다. 인구의 약 76%가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다. 하지만 이명 자체가 하나의 질병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명은 난청이나 중이염, 고혈압, 당뇨병 등 다양한 질환의 신호로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이다. 전문가들은 갑자기 이명이 생기고 5분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피로나 컨디션 저하로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난청·귀 질환·스트레스 등 원인 다양
이명의 가장 흔한 원인은 난청이다. 특히 ‘감각신경성 이명’이 전체의 80~90%를 차지한다. 정상적인 청각 과정에서는 귀의 달팽이관이 외부 소리를 받아들여 뇌로 전달하지만, 난청이 있으면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다. 청각 정보가 부족해지면 뇌가 스스로 소리를 만들어내며 이를 실제 소리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난청 외에도 여러 귀 질환이 이명을 유발할 수 있다. 메니에르병, 중이염, 청신경종양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심한 빈혈,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전신 질환이 청신경에 영향을 주면 이명이 생길 수 있다. 정신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피로는 이명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명은 보통 낮보다는 주위가 조용한 밤에 더 두드러진다. 한쪽 귀가 멍해지면서 수 초간 매미 우는 소리, 바람 소리, 사이렌 소리, 삐 소리 등이 들렸다 사라지는 식이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이세아 교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이명이 시작되면 그 소리에 신경이 집중되고, 그로 인해 더 크게 들리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감각신경성 난청 외 귀속 근육 경련 등에 의한 이명과 혈관 때문에 발생하는 박동성 이명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담·소리치료 병행… 숙면도 중요
진단은 병력 청취와 설문 평가, 청력검사로 시작한다. 난청이 동반된 일측성(한쪽) 이명이나 박동성 이명이 있는 경우에는 MRI 등 영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원인이 밝혀지면 그에 맞는 치료를 진행한다.
감각신경성 이명 환자에게는 상담치료와 소리치료를 결합한 ‘이명 재훈련 치료’를 시행한다. 지시적 상담을 통해 이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고, 소리치료를 통해 주변에 이명보다 작은 소음을 깔아줌으로써 이명을 중요하지 않은 소리로 인식하고 집중하지 않도록 돕는다. 백색소음이나 ASMR 같은 음원을 사용하기도 하고, 난청이 동반된 경우 소리 발생 기능이 있는 보청기를 사용해 청각 재활을 시행한다.
약물은 우울감, 불면 등이 동반될 때 처방한다. 이세아 교수는 “항불안제,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을 처방하기도 하지만 약물만으로 이명을 완치하기는 어렵다”며 “이명에 대한 불안이나 우울이 심한 환자에서 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이명 치료에서는 수면·정신 상태 등 전반적인 컨디션 관리도 중요하다. 과음이나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수면을 방해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식단이 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과일과 식이섬유, 유제품 섭취를 늘리면 이명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