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이 세계 10대 사망 원인에 포함됐다.
미국 뉴욕대 랑곤 헬스(NYU Langone Health) 연구팀은 133개국에서 출판된 2230편의 연구 논문과 국가 건강 데이터 세트를 분석한 결과, 만성콩팥병이 매년 약 15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사상 처음으로 세계 사망 원인 순위 9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콩팥은 우리 몸속 노폐물을 배설하고 체내 향상성을 유지하는 기관이다. 만성콩팥병은 3개월 이상 콩팥 기능이 감소하거나 손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만성콩팥병 초기에는 일반적으로 증상이 거의 없어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지만, 질환이 진행돼 신장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극심한 피로와 함께 피부 가려움, 부종 등의 상태가 나타난다. 말기에는 투석이나 이식 없이는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만성신장질환의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로 세계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신장 기능 저하, 그리고 2형 당뇨병·고혈압·비만의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연구팀에 소속된 뉴욕대 랑곤 헬스 공중보건학과 모건 그램스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대표적 만성질환이다”며 “소변 검사 등 선별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진단 후에는 꾸준한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대략 12%, 즉 국민 8명 중 1명은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으며, 이 중 신장 기능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환자는 약 5~7%에 달한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만성콩팥병 환자는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뿐 아니라 경제활동인구(15~65세)에서도 만성콩팥병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대한신장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5년 8만6356명이던 환자 수가 지난해 12만1821명으로 40% 이상 증가했다.
만성콩팥병은 한번 발병하면 회복이 어렵지만, 조기 발견과 생활 습관 관리로 충분히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만성콩팥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과도한 염분과 단백질 섭취를 자제하고, 칼륨이 많은 과일과 채소 또한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주 3일 이상 운동을 하며,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는 경우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 정기적으로 단백뇨와 혈액 크레아티닌 검사를 받는 것도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