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프리 썬골드키위’ 농가 인터뷰
11~3월 썬골드키위는 국내산
뉴질랜드와 유사한 기후·토양 갖춰

뉴질랜드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는 2004년부터 제주도 및 전라남도 지역 농가와 협약을 맺고 국내 재배를 시작했다. ‘키위=뉴질랜드’라는 공식을 깨고 국내에서 재배된 키위 맛은 어떨까. 제주의 한 농가를 찾아 키위 열매 한 알에 들어가는 정성과 노력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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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송 대표는 2019년부터 6년째 제스프리 썬골드키위를 생산하고 있는 농부다./사진=김서희 기자
비가 오다가 갑자기 해가 뜨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던 10월 중순,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 유은송 대표의 농가를 방문했다. 유은송 대표는 2019년부터 6년째 제스프리 썬골드키위를 생산하고 있는 농부다. 유 대표 농가는 제스프리의 골드키위를 재배하는 농장 중 하나다. 18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는 소담스레 몸집을 키운 키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유 “감귤이 많은 제주도에서 경제성이 뛰어날 것 같아, 제스프리 썬골드키위를 재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 설명에 따르면 키위의 작기는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가량이다. 작기란 한 작물에 싹이 돋는 시점부터 수확하기까지의 생육 기간을 말한다. 같은 농경지에서 농작물을 두 번 심어 거두는 이모작이 안 되는 작물로, 그만큼 농부의 관심과 정성이 1년 내내 키위에 쏠린다.

제주도가 썬골드키위 재배에 최적인 이유는 제주도 고유의 기후와 토양에 있다. 화산재 토양, 배수가 잘 되고 비옥한 토질, 높은 일조량, 깨끗한 물이다. 유은송 대표는 “제스프리 썬골드키위를 잘 기르기 위해서는 뉴질랜드와 비슷한 해양성 기후와 화산재 토양을 갖출수록 좋은데 제주도가 이러한 조건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봄에 수확한 뉴질랜드 키위는 국내에서 4~11월까지 판매되고, 우리나라의 봄·여름 따뜻한 햇볕을 맞고 자란 제주산 키위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유통된다. 한국에서 365일 키위를 맛볼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유 대표는 키위 재배를 아이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키위 상태부터 살피며 말을 건넨다”며 “묘목때부터 클래식, 트로트 등을 틀어주니 잘 자라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키위 농부로서 맛있는 키위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지며 키위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제스프리는 연 5회 이상 농가 교육을 지원하고, 농가 간의 성공 사례도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농가들이 뉴질랜드에 방문해 재배 노하우를 교육받고, 한국에 와서 직접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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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스프리
‘과일은 달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당도가 높은 썬골드키위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흔히 달다고 느끼는 수박의 당도가 보통 11 브릭스인데, 썬골드키위는 평균 16~17 브릭스다. 제스프리에 따르면 뉴질랜드를 제외한 전 세계 수출국 가운데 한국은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에 이어 북반구 기준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썬골드키위의 인기 덕분에 제스프리 국내 농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제주 및 전남 지역 제스프리 농가 수는 311개, 재배 면적은 252만㎡에 달한다. 2019년(194개) 대비 6년 새 농가 수는 약 1.5배, 재배 면적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에서 한 해 출하되는 키위는 2025년 기준 약 6,025,900kg다. 

썬골드키위는 부드러우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다. 100g당 비타민C 152mg을 함유하고 있어 한 알만 먹어도 성인의 일일 비타민C 권장 섭취량인 100mg을 충족한다. 영양소 밀도가 높은 키위는 영양 불균형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밀도 푸드’다. 한국영양학회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 식단에 키위 한 알을 추가했을 때 비타민C, 엽산, 식이섬유, 비타민E 등 주요 영양소의 섭취 부족 현상이 전 연령대에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키위는 저혈당 식품에 속해 당뇨병 환자도 혈당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그린키위와 썬골드키위의 혈당지수는 각각 51·48로, 저혈당식품 기준치(55)보다 낮다. 키위 속 풍부한 식이섬유는 수용성과 불용성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어 혈당이 천천히 오르도록 돕는다. 실제 식빵만 먹을 때보다 키위를 함께 먹었을 때 혈당이 16% 덜 올랐다는 뉴질랜드 연구 결과도 있다. 키위는 별도 조리나 믹서기 사용 없이, 껍질째 반으로 잘라 스푼으로 떠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