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12개월 연속 홍역 확산을 막지 못하며 ‘홍역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30년간 유지해온 청정국 기록이 한순간에 무너진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주 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는 10일 캐나다가 더 이상 홍역 퇴치 국가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작년 10월부터 홍역이 유행하기 시작한 캐나다에서는 올해 5천 명 이상의 환자가 보고됐다. 대부분 온타리오주와 앨버타주에서 발생했으며,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집중됐다.
특히 앨버타주 남부 지역은 2세 미만 아동의 홍역 예방접종률이 68%에 불과했다. 캐나다 면역학자인 던 보디쉬는 “의사 진료가 어렵고, 자신의 예방접종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도 부재하며, 허위 정보가 확산된 것이 접종률 하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해외 유입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025년 10월 29일 기준, 국내 홍역 환자는 총 76명으로, 2024년 전체 환자 수(49명)보다 늘었다. 대부분은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태국, 이탈리아, 몽골 등 홍역 유행 국가를 방문한 뒤 감염됐다. 특히 베트남 방문 이력이 있는 사례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예방 접종률이 낮아진 데다 국제 여행이 늘면서 국내 유입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역은 공기 중 비말로 쉽게 전파되는 전염성이 강한 질환으로,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환자와 접촉하면 90% 이상 감염될 수 있다. 감염 초기에는 전신 무력감과 고열, 재채기, 기침, 콧물, 결막염, 눈부심 등 비특이적 전구 증상이 나타난다. 이어 발진이 얼굴에서 시작해 몸통과 사지로 퍼지며, 구강 점막에는 코플릭 반점이 생긴다. 발열은 계단식으로 상승하며 5~6일째 최고 40.5°C까지 오를 수 있다.
김민재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주로 발열, 전신 위약감, 발진, 기침, 콧물, 결막염 등의 증상이 생기며, 중이염·폐렴·뇌염 등의 합병증이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며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방 접종에 의한 면역력은 질병에 의한 면역력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여행 후 발열이나 발진 등 홍역 의심 증상이 생기면 병원 방문 전 반드시 문의해야 한다”고 했다.
홍역은 특별한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없기에 주된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 요법이다. 발열과 근육통 완화를 위해 해열제와 진통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이 필수적이다. 또한, 발진 발생 전후 4~5일 동안은 전염력이 높아서 격리와 개인위생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예방적 조치도 치료만큼 중요하다. 노출 후 5~6일 이내 면역 글로불린(Human immune globulin)을 투여하면 감염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할 수 있으며, 노출 후 72시간 이내 생백신 접종도 효과적이다. 예방 접종 후에도 면역력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백신 도입 이후 태어난 성인 세대는 해외여행 후 발열이나 발진이 발생하면 반드시 의료기관에 문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