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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비만 치료제 개발사 멧세라의 인수를 두고 화이자와 노보 노디스크가 며칠 간의 경쟁을 벌인 끝에, 결국 화이자가 최종 승리를 거뒀다. 당초 계약금이었던 73억달러(한화 약 10조6127억원)보다 높은 100억달러(한화 약 14조 5360억원)에 계약이 성사되면서, 비만 치료제의 몸값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노보에 멧세라 뺏길 뻔한 화이자… 끝내 계약 성공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멧세라는 화이자와 개정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7일(현지시간) 밝혔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조건이 수정된 인수 계약은 총 100억달러(한화 약 14조5360억원) 규모다.

멧세라에 따르면, 회사는 노보 노디스크의 제안이 법적 위험을 갖고 있어 화이자와 거래를 맺는 것을 최선으로 판단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멧세라에 노보 노디스크와의 계약이 잠재적인 위험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는 서한을 보냈고, 멧세라가 이를 받아들였다.

사실 화이자와 멧세라는 지난 9월 이미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화이자는 멧세라가 보유한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하고자 총 73억달러(한화 약 10조6127억원)를 지불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보 노디스크가 지닌달 말 90억달러(한화 약 13조842억원)를 조건으로 멧세라에 인수를 제안하면서 쟁탈전이 벌어졌다. 멧세라가 노보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멧세라가 화이자에 계약 해지 수수료 1억9000만달러(한화 약 2762억원)를 직접 지불해야 했으나, 노보 노디스크는 이마저도 멧세라 대신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화이자는 노보 노디스크와 멧세라를 모두 두 차례씩 고소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멧세라와의 계약 해지를 막고자 법원에 임시 가처분 명령을 요청했다. 멧세라가 기존 계약에 따른 의무를 위반했고, 노보 노디스크 또한 불법적으로 계약에 간섭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멧세라는 화이자와 계약을 해지할 때 생기는 모든 제한 사항을 준수했다”며 “이번 계약으로 시장 독점법을 위반하는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멧세라 역시 노보 노디스크가 더 우월한 제안을 했다는 이유로 두 회사에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할 기회를 줬다. 노보 노디스크가 마지막으로 제안한 금액은 100억달러(한화 약 14조 5360억원)였다.


그러나 결국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멧세라에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법적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고, 멧세라는 이를 고려해 같은 가격에 더 안전성이 높은 화이자를 선택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갑작스러운 제안이 시장 독점 방지법 등에 저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먹는 비만약 개발에 어려움… 인수 카드 만지작
화이자와 노보 노디스크가 인수전을 벌인 멧세라는 현재 다양한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주 1회·월 1회 주사형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약물 'MET-097i' ▲월 1회 아밀린 유사체 'MET-233i' ▲먹는 GLP-1 약물 2종 등을 보유하고 있다. MET-097i과 MET-233i는 각각 임상 2상·1상에서 연구 중이고, 먹는 약은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화이자는 그동안 비만 치료제 개발에 고배를 마셔 왔다. 화이자는 지난 4월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다누글리프론’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1일 2회 복용으로 연구를 시작했으나, 2023년 한 차례 연구를 중단하고 다시 1일 1회 복용으로 연구를 재개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임상에서 참가자 1명이 약물 복용으로 인해 간 손상을 경험하면서 개발을 전면 중단했다.

노보 노디스크도 위고비의 뒤를 이을 후속 약물을 개발하고 있으나, 개발 중단을 적잖게 경험하고 있다. 당장 지난 8월에는 새로운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두 종의 개발을 중단했다.

GLP-1·GIP(위 억제 펩타이드) 보조작용제 유사체 'NNC0519-0130'이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으나, 회사의 개발 상황을 고려해 연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기업들이 연이어 비만 치료제, 특히 경구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업계가 유망한 바이오 기업 멧세라의 인수를 비만 치료제 시장의 점유율을 좌우할 핵심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30년까지 비만 치료제 시장은 약 1000억달러(한화 약 143조9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기존 주사 제형이 아닌 먹는 비만약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원장은 “이미 계약이 끝난 인수에 노보 노디스크라는 비만 치료제 대표 기업이 이례적으로 끼어든 것은 멧세라가 굉장한 잠재력을 가진 회사라는 점을 의미한다”며 “비만 치료제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점점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들이 더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