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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평생을 여성으로 살아온 20대 환자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남성으로 판정됐다./사진=티엔퐁(Tienphong)
베트남 하노이에서 평생을 여성으로 살아온 20대 환자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남성으로 판정됐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모두가 그를 여성으로 알았으나 희귀 유전 질환인 성 발달 장애(DSD)로 인해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특성이 혼재돼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티엔퐁·사이공해방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하노이 108 국방부 중앙병원은 희귀 유전 질환이 있는 21세 A씨의 사연과 치료 과정을 공개했다.

출생증명서에 여성으로 등록된 A씨는 사춘기에 가슴과 음모가 발달하는 등 일반적인 2차성징은 겪었지만 21세가 될 때까지 초경이 시작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산부인과 검진 결과 의료진은 A씨의 성기가 일반적인 여성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를 남성의학과로 보냈다. 남성의학과 응우옌 반 푹 교수는 A씨의 성기가 남성의 특징을 보이며 작은 음경, 회음부에 낮게 열린 요도 입구(요도하열), 그리고 음낭에 고환이 없는 상태임을 확인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A씨는 남성 핵형인 46, XY 염색체 세트를 가지고 있었다.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수치 역시 남성의 생리적 범위 내였다.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에서는 자궁과 난소는 발견되지 않았고, 두 개의 고환이 음낭이 아닌 서혜관(사타구니 안쪽 통로)에 숨겨져 있었다. 종합적인 진단 결과, A씨는 유전자형, 호르몬, 신체 형태가 일치하지 않는 46, XY DSD(성발달장애)로 판정됐다. 발병률이 0.01~0.02%에 불과한 희귀 유전 질환이다.


푹 교수는 “사람의 성별은 단지 신체 형태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염색체, 내분비 호르몬, 생식 기관의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경우 Y 염색체의 SRY 유전자가 고환 발달을 활성화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며, 여기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과 항뮬러관호르몬(AMH)이 남성 생식기관 발달과 여성 생식기관 억제를 주도한다. 이 과정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외형적 성별이 유전적 성별과 다르게 발현될 수 있다.

푹 교수가 이끄는 의료진은 A씨의 성별을 확정하기 위해 양측 고환을 음낭으로 내리는 수술(고환고정술)을 진행했다. 고환 조직 생검 결과, 조직이 섬유화됐고, 정자 계열 세포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생식 능력은 완전히 상실된 것으로 판정됐다. A씨는 소변 기능과 미용 측면을 개선하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위해 요도 입구를 귀두 끝의 올바른 위치로 옮기는 요도 성형 수술(요도하열 교정)을 추가로 받을 예정이다.

푹 교수는 “목표는 성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생물학적 성별대로 살아가며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에 받아들여지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의 외음부가 불분명하거나 음낭에 고환이 없고, 여아가 월경이 없는 등의 징후를 발견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