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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대구 엑스코에서 2025년 제13차 아시아·태평양 소동물수의사대회(FASAVA Congress 2025)가 개최돼, 전 세계 33개국, 4500여 명의 수의계 관계차가 참석했다.

수의학 연구의 최신 지견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미국 코넬대 수의과대학 김선아 동물행동의학교수가 지나치게 짖거나 집을 어지르는 등의 문제 행동을 보이는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의 문제 행동은 주로 공포·불안 관련 증상으로, 고양이의 문제 행동은 화장실이 아닌 장소에서 볼일을 보는 ‘하우스 소일링’ 증상으로 나타난다. 김선아 교수는 “개가 너무 짖는다고 호소하는 보호자들이 있는데, 아무 이유 없이 짖는 개들은 없다”며 “짖는 것이 반려견이 불안을 호소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 행동이 반복되면 반려동물을 동물병원에 데려가게 된다.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을 찍은 영상을 들고 가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이 분리 불안으로 짐작되는 경우 특히 홈캠 등으로 촬영한 반려동물의 영상이 필요하다. 분리불안은 보호자가 반려동물과 떨어져 있을 때에 나타나므로,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 양상이 어떠한지 보호자가 관찰하고 수의사에게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이 어떠한지 그간 상세히 기록해둔 것이 있다면 수의사에게 전달한다. 김선아 교수는 “어떤 외부 자극이 주어졌을 때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지, 일단 문제 행동이 한 번 나타나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에 관한 정보가 행동 원인을 진단하는 데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행동을 고치기 위해 동물병원에 간 것이지만, 뜻밖에도 신체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치료하지 못한 만성 통증 때문에 반려동물이 불안 관련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며 “급성 통증은 보호자가 손을 대기만 해도 소리를 지르거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식으로 티가 나지만, 만성 통증은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체중이 급감했거나, 과거에는 잘 뛰어오르던 소파 위로 최근 들어서 올라오지 않는 식으로 행동 변화가 있다면 질환이나 통증 등 신체 문제가 문제 행동 원인으로 의심된다.

원인 질환이 있다면 치료하고, 생활 환경을 바꿔주기만 해도 문제 행동이 개선되곤 한다. 반려동물이 천둥이나 낯선 사람 등 특정 대상을 접할 때마다 문제 행동이 일어나는 경우, 그 대상과 반려동물이 마주치는 일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피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김 교수는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 때문에 문제 행동을 보이는 반려동물은 반려동물 동반 카페 같은 곳에 데려가면 안 된다”며 “항상 사람 말고 그들의 기준에서 생각하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외부 소음에 민감한 반려동물들은 집안에서 시각과 청각 자극이 차단된 채로 쉴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어주는 것이 도움된다. 하우스 소일링이 문제인 고양이는 화장실을 집안 곳곳에 여러 개 두는 것이 중요하다. 고양이가 밥을 먹고 쉬는, 주요 생활 공간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만성 통증이 원인이라면 진통제로 통증 조절만 해도 문제 행동이 확연히 개선되고, 보호자와 반려동물 모두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 환경을 바꿔주려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문제 행동이 그대로일 때에도 항불안제 복용 등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했는데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당뇨약을 먹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제 행동 때문에 정상적인 일상을 보내지 못하거나, 불안·공포·과각성 상태에서 평소 상태로 되돌아오는 데에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김 교수는 “빨리 듣는 약은 20분에서 2시간이면 효과가 나타나지만, 근데 늦게 듣는 약은 4~8주의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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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하는 미국 코넬대 수의과대학 김선아 동물행동의학교수​/사진=이해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