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트 구순염 논란, 전문가가 본 원인과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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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은 각질층이 얇고 피지선이 거의 없어 외부 자극에 특히 민감하다​. 립 제품을 쓸 때 피부 반응을 관찰하고 이상이 생기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한 화장품 브랜드의 틴트 제품이 ‘구순염(입술염)’을 유발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제품은 브랜드의 대표 베스트셀러로, 지난해 11월 리뉴얼 출시 이후 SNS를 중심으로 “바른 뒤 입술에 각질이 일어나고, 발진·가려움·따가움·부기 등이 생겼다”는 등의 소비자 후기가 잇따랐다. 브랜드 측은 제조사와 함께 원인 조사를 진행했으며, 논란의 중심에 선 ‘적색 202호 색소’는 구순염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으며 식약처·FDA·유럽 등 주요 규제기관에서 모두 허용한 안전 성분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구매 인증과 증상 이력을 제시한 소비자에게는 환불 조치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제품을 써도 왜 나만 트러블이 생기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해당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 제품을 사용해도 일부 사람들에게만 구순염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런 걸까?

◇알레르기성 구순염, 왜 생기나
전문가들은 이런 증상을 ‘알레르기성 구순염’으로 본다. 을지대 화장품미용학과 신규옥 교수는 “일반적으로 립 제품의 알레르기 반응은 주로 색소, 향료, 보존제 세 가지 성분 군에서 발생한다”며 “입술은 얼굴 중에서도 각질층이 얇고 피지선이 거의 없어 외부 자극에 특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주요 성분들이 있다. 신 교수는 “적색 계열 합성색소(Red 6, Red 7, Red 28, Red 33 등)는 발색이 강하지만 일부 민감성 체질에서는 알레르기 반응이 보고된다”며 “천연색소인 카민(carmine) 역시 동물성 단백질에 과민한 사람에게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매트 틴트 제품도 휘발성 성분이 증발하며 색을 밀착시키는 과정에서 건조함과 자극이 동반될 수 있다. 또 신 교수는 “시트랄, 리모넨 등 에센셜 오일 성분은 산화되면 자극성이 높아지고, 멘톨(menthol) 성분은 일시적 청량감을 주지만 예민한 입술에는 염증이나 따가움을 유발할 수 있다”며 “페녹시에탄올이나 파라벤류 보존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리마인드피부과의원 신은재 원장 역시 “틴트나 립밤에는 향료 성분인 리날룰(linalool)이 흔히 들어가는데, 이는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 물질 중 하나”라며 “민감한 사람에게는 알레르기성 구순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동일 브랜드의 같은 라인 제품이라도 색상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기도 한다. 신규옥 교수는 “색상은 곧 색소 조합의 차이이기 때문에, 특정 색상에서만 염증이나 불편감이 나타난다면 그 색상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색소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색소를 써도 제형(크림형·에센스형 등)에 따라 흡수력과 자극도가 달라질 수 있다. 신 교수는 “립 제품은 위생 문제로 방부제를 조금 더 넣거나, 반대로 ‘저자극’을 강조하며 줄이는 경우에도 처방 설계 과정에서의 균형이 깨지면 자극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화장품 원료는 까다로운 식약처의 허가 절차를 거친다. 즉, 화장품에 사용되는 모든 색소 등은 식약처 허용 성분만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립 제품 자체의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신 교수는 “사람마다 피부 민감도나 체질 차이가 있어, 동일한 제품이라도 특정 개인에게는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며 “자신의 피부 반응을 관찰하고 이상이 생기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성분 확인 후 구매∙위생적인 사용 습관 들여야
전문가들은 립 제품으로 인한 구순염을 성분 확인과 사용 습관 개선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규옥 교수는 “입술이 민감하거나 알러지 이력이 있다면 색이 강하거나 향이 짙은 제품보다 ‘무향’, ‘저자극’, ‘피부자극테스트 완료’ 표시가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자극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제품을 구매할 때는 ‘화해’ 같은 성분 분석 앱이나, 브랜드 홈페이지를 통해 전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도움이 된다. 신은재 원장은 “새 립 제품을 사용할 때는 한 번에 여러 제품을 바꾸지 말고, 최소 2주간 한 제품만 써본 뒤 이상 반응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립 제품을 개봉한 후에는 6개월 이내에 사용하고, 뚜껑을 꼭 밀폐하는 등 기본 관리도 중요하다. 제품 냄새가 변하거나 변색이 생기면 즉시 폐기하는 게 안전하다. 립 제품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쓰지 않는 게 좋다. 신규옥 교수는 “입술이 갈라지거나 염증이 있을 때는 립틴트나 립스틱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며 “손상된 점막을 통해 자극 물질이 더 쉽게 침투해 알레르기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구순염 증상이 심각할 때는 피부과 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신은재 원장은 “초기에는 스테로이드 연고로 염증을 가라앉히지만,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면역억제제 연고(프로토픽)를 사용하기도 한다”며 “대부분은 원인 제품을 찾아 사용을 중단하면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 보호용 립밤으로 바꿨다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제품은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포함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무향·무색의 바셀린만 바르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