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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최근 한 애니메이션이 문화 현상을 넘어, 건강과 몸의 리듬에 대한 흥미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바로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다. 영화, OST, 굿즈, 관광까지 전방위적 반향을 일으킨 이 작품 속 세계관에서는, 몸과 기(氣),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혼(魂)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손발이 차서 못 견디겠다.” “몸이 냉하니 따뜻하게 해야지.”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단순히 ‘차다 고로, 따뜻하게 한다’는 공식이 정답이 아니다. 손발이 차더라도 속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를 진열가한(眞熱假寒)이라 부르며, 반대로 몸 전체가 기운이 부족해 차고 힘이 없는 상태는 양허(陽虛)라고 한다. 즉, 몸의 내부 상태와 외부의 냉감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겉으로 차다고 해서 무조건 덮기만 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몸 안의 흐름이 막혀 있다면, 먼저 그 흐름을 조율하고 순환을 회복시켜야 한다. 기(氣)가 통할 때 비로소 혈(血)이 따라 흐르고, 혈이 순환해야 온도 전달이 이루어져 따뜻함이 만들어진다. 기혈(氣血)은 서로의 매개이자 동반자로, 둘 중 하나만 막혀도 온기의 균형은 무너진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기혈의 단절 상태를 ‘궐(厥)’이라 하며, 이는 기가 통하지 않아 혈이 접속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결국 기와 혈은 뗄 수 없는 관계이며, 흐름이 조화롭게 이어질 때 참된 따뜻함과 건강이 회복된다.

냉하다고 해서 겉만 억지로 따뜻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속의 열을 위로 올려, 불면, 속쓰림, 얼굴 열감 등 여러 불편을 불러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외부 온기가 아니라, 몸 내부의 흐름과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면, 한 사람의 표정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지치고 절망하며 한 발자국씩 발걸음을 옮겨온 환자들은 종종 불신과 희망을 동시에 품고 있다. 한의사는 그 순간,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사람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고 조율하는 건강의 길잡이가 된다. 케데헌 속 아이돌이 리듬을 맞추어 혼문을 완성하듯, 우리 몸도 내부 에너지가 막힘 없이 흐를 때 비로소 참된 건강과 따뜻함을 경험할 수 있다.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한 방법으로 한약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한약을 제대로 지어줄 좋은 한의사를 만나는 일이다. 좋은 한의사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정확한 진맥과 설진으로 체질과 상태를 섬세하게 파악하는 능력, 즉 부작용 최소화하는 것이다. 전통 한의학을 기반으로 현대 의학을 이해할 수도 있어야 한다. 생활 습관과 조화를 맞춰 지도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한약만으로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는다. 생활 습관과 병행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스트레칭, 근력운동, 가벼운 유산소 같은 규칙적인 운동은 혈류와 기 순환에 도움이 되고, 속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보충하는 식재료 활용해 균형식을 먹어야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마음을 돌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명상, 호흡이 중요하다. 좋은 한의사와 함께 맞춤 한약과 건강한 생활습관을 병행하는 것이 몸과 마음의 진정한 회복을 돕는 길이라 할 수 있겠다.

추운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두꺼운 이불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며 내면의 균형을 찾는 삶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내부의 흐름을 회복하는 것. 바로 이것이 건강의 시작이며, 한의학에서 말하는 불통즉통(不通卽痛)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