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과 함께 코로나 백신·치료제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화이자는 파이프라인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지난 4일(현지 시간) 화이자가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177억200만달러, 한화 약 25조6219억원) 대비 6% 감소한 166억5400만달러(24조1050억원)다. 조정 순이익은 49억4900만달러(한화 약 7조1632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다.
화이자의 매출 감소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수요 감소 탓이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는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줄어든 11억5100만달러(1조66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정부가 백신 접종 권고 대상을 축소한 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새로운 변이에 대한 백신 승인이 늦어지면서다.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백신보다 매출 감소 폭이 더 컸다. 작년 동기보다 55% 감소한 12억2500만달러(한화 약 1조77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아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치료제 수요가 줄었다.
코로나 백신·치료제 이외의 제품들이 성장한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3분기 화이자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의약품은 항응고제 ‘엘리쿼스’와 심근병증 치료제 ‘반다켈·반다맥스·빈맥’ 제품군이다. 특히 엘리쿼스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2% 증가하며 20억1500만달러(한화 약 2조9165억원)를 기록했다. 반다켈 시리즈도 15억9100만달러(한화 약 2조302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미국 내 심근병증 진단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메디케어(의료보험) 개편에 따라 제품 가격이 낮아진 점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한편, 미국 의약전문매체 피어스바이오텍에 따르면 화이자는 최근 11개 약물의 개발을 중단했다. 여기에는 430억달러(62조2253억원) 규모로 씨젠을 인수하면서 확보한 2개 약물과 바이오엔텍과 협력해 개발 중이던 mRNA 치료제, 대사이상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 등이 포함됐다. 화이자는 2027년까지 77억달러(한화 약 11조1434억원)를 긴축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내년 말까지 예산을 5억달러(한화 약 7236억원) 절감해 다른 치료제 개발에 다시 투자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