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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마운자로/사진=각사 제공
주 1회 주사형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뒤를 이을 약물은 먹는 비만약과 다중 작용제가 유력하다는 예측이 나왔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현재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 뒤를 일라이 릴리가 잇는 모양새다. 작년 기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65%,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젭바운드'가 31%를 점유하며 전체 시장의 96%를 차지했다.

현재 일라이 릴리는 자사의 인크레틴 계열 비만 치료제가 미국 시장 점유율에서 작년 12월 노보 노디스크를 추월했으며, 지난달 31일(현지시간)에는 점유율 격차를 16.2%까지 벌렸다. 국내에서도 위고비는 작년 10월 출시 후 3분기 만에 누적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 8월 출시한 마운자로가 위고비를 뒤쫓는 중이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이처럼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이들 치료제에도 한계가 있어 후속 약물 개발 경쟁에 주목할 만하다. 특히 다중 작용제와 먹는 비만약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중 작용제는 두 개 이상의 표적을 동시에 겨냥해 복합적인 치료 효과를 내는 약물을 말한다.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만 자극하는 단일 작용제이며, 마운자로는 GLP-1 수용체와 GIP(위 억제 펩타이드) 수용체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 작용제다.

아이큐비아가 뽑은 주목할 만한 다중 작용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서보두타이드'와 알티뮨의 '펨비두타이드'다. 두 약물은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표적으로 삼는다. 글루카곤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으로, 간에서 에너지 소비를 늘리고 지방 분해를 촉진하기 때문에 GLP-1과 함께 겨냥하면 체중 감량과 지방간 개선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근육량 손실 또한 위고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펨비두타이드는 감량된 체중 중 21.9%가 근육이었던 반면, 위고비의 근육 손실률은 39~45%였다.

이 외에도 일라이 릴리가 마운자로의 후속 약물로 개발 중인 '레타트루타이드' 또한 주목할 약물로 꼽혔다. 이 약물은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 글루카곤 수용체 등 3개 표적을 모두 겨냥한다.

먹는 비만 치료제도 위고비·마운자로의 뒤를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세마글루티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심사를 받고 있으며, 일라이 릴리의 먹는 GLP-1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은 연내에 FDA 허가 신청이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선점은 세마글루티드가 유리하지만, 대량 생산에 있어서는 오포글리프론이 더 유리한 면이 있어 점유율이 호각을 이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큐비아는 "비만 치료제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선점한 시장이다"며 "다만,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높고 기술 혁신이 계속되는 만큼 후발주자에게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