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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침습적 두경부암 진단 플랫폼 개요도./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박준욱 교수와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정호상 교수 공동 연구팀(제1저자 한국재료연구원 서효정 연구원)이 타액 검사만으로 두경부암을 98% 정확도로 진단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을 개발했다. 서울성모병원·고려대·한국재료연구원이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국내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AI 알고리즘과 첨단 재료공학을 결합한 비침습 진단법의 가능성을 입증한 첫 사례다.

두경부암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2020년 통계 기준 전 세계에서 7번째로 흔한 암으로, 매년 약 89만 명이 발병하고 45만 명이 사망한다. 조기 발견 시 5년 생존율이 80% 이상이지만, 3기 이후에는 40% 이하로 급격히 떨어진다. 초기 증상이 미미하고 내시경이나 생검으로 종양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잦다.

연구팀은 기존 혈액 기반 액체생검이 종양 DNA의 농도가 낮아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타액을 이용한 새로운 비침습 진단법을 개발했다. 핵심은 그래핀 기반 나노센서다. 연구진은 연필심의 주성분인 흑연에서 유래한 그래핀을 이용해 진단 기판을 제작했다. 그래핀은 방향족 분자를 안정적으로 흡착하고, 표면의 미세한 주름과 결함 부위에 금 나노코랄(산호 형태의 금 나노구조)을 성장시켜 신호를 증폭하는 특성이 있다. 이를 통해 초고감도 정밀 측정이 가능해졌다. 센서는 2시간 동안 안정적인 신호를 유지했으며, 물로 세척한 후에도 평균 67% 수준의 신호를 유지해 높은 내구성을 보였다.

또한 연구팀은 타액 속 70개 대사물질을 분석해 이 중 39개를 참조 데이터로 활용하고, AI 분석을 통해 두경부암 환자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티오시아네이트, 페닐알라닌, 메티오닌, 타우린, 푸코스 등 15개의 바이오마커를 찾아냈다. 이 바이오마커들은 염증·산화 스트레스(티오시아네이트), 세포 증식(푸트레신·스페르민), DNA 합성(메티오닌) 등 암세포의 대사 과정을 반영하는 지표로, 향후 병리 메커니즘 규명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반면 트립토판, 발린, 류신 등 아미노산은 암세포의 활발한 대사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경부암 환자 25명과 건강한 대조군 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분석에서, 나노코랄 그래핀 센서와 AI 모델을 결합한 플랫폼은 특이도 100%, 민감도 96%, 정확도 98%를 기록했다. 판별 성능을 나타내는 곡선하면적(AUC)은 0.999로, 환자와 정상인을 거의 완벽히 구별했다. 5회 반복 검증에서도 평균 정확도 93% 이상을 유지하며 재현성과 신뢰성을 입증했다.

박준욱 교수는 “종양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기존 검사와 달리, 간단한 타액 검사만으로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며 “두경부암의 조기 진단과 환자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5개의 대사 바이오마커를 규명한 것은 두경부암의 병리학적 이해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향후 대규모 임상을 통해 실제 진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호상 교수는 “그래핀의 분자 흡착 특성과 금 나노구조의 플라즈모닉 효과를 결합해 타액 내 미량의 대사물질을 초고감도로 검출할 수 있었다”며 “이번 플랫폼은 개별 바이오마커의 기여도를 정량화할 수 있어, 다른 질환의 진단에도 활용 범위가 넓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영향력지수 14.1)’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