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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 남을 때가 종종 있다. 그대로 보관해뒀다가 몇 개월이 지나서 비슷한 증상이 또 생기면 ‘다시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기한이 지난 약은 제때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할 필요가 있다.

◇오래된 약, 유해물질일 수도… 임의로 다시 먹으면 안 돼
과거에 처방받은 약을 시간이 지난 후 임의로 다시 먹어선 안 된다. 의약품에도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약국에서 조제해 개별 포장지에 담긴 경우엔 약효 유효기간이 더 짧아진다. 따로 방부제가 동봉돼 있지 않아 습기·직사광선 등에 의해 약이 변질·부패할 수 있다.

약 유통기한이 지나면 기본적으로 약효가 감소한다. 예컨대 과거에 처방받은 감기약을 임의로 복용한다고 해서 지금 생긴 감기 증상이 나아질 확률은 낮다. 오히려 약이 오래되면 성분이 변하고 유해물질로 바뀔 위험이 있다. 이런 약을 먹으면 대개 배탈·설사 등 소화기계 부작용이나 두통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편한약국 엄준철 약사(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는 “약은 대개 3~4개월이 넘어가면 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오래 보관한 약은 먹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특별히 장기 보관을 피해야 하는 약이 있다. 유산균·항생제와 연질캡슐 제형 약이다. 유산균은 다른 약제에 비해 변질 속도가 빠르고, 항생제 역시 조제 후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대폭 줄어든다. 연질 캡슐은 말랑말랑한 피막 안에 액체 내용물을 담은 알약을 말하는데, 이런 제형은 단단하지 않고 물러서 잘 터지거나 쉽게 변질한다.


◇‘폐의약품’ 표기 후 수거함에 버려야
남은 약은 바로 버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단,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려선 안 된다. 약을 일반쓰레기처럼 폐기하면 매립된 쓰레기가 동·식물에 악영향을 끼치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유해 성분이 토양이나 지하수로 유입돼 다시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가까운 주민센터·보건소·구청에는 폐의약품을 버릴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서울시의 경우 곳곳에 위치한 우체통으로 폐의약품을 받기도 한다. 다만, 물약은 우체통에 버릴 수 없다. 약포지를 제거하고 알약만 모아서 한 봉투에 넣고, 겉에 ‘폐의약품’이라고 써서 버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처방약뿐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일반의약품·영양제도 마찬가지다.

가루약이나 물약은 폐기법이 조금 다르다. 버리는 장소는 똑같지만, 가루약은 포장된 상태 그대로, 물약·시럽·연고는 용기 그대로 마개를 닫아 배출해야 한다.

간혹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처리해 주기도 하지만, 이는 약사들의 개인적인 봉사 차원 업무일 뿐, 약국이 의무적으로 폐의약품을 받아줘야 하는 건 아니다. 약국이 보관한 폐의약품은 보통 3개월 간격으로 차량이 방문해 수거해 가는데, 약이 너무 많이 쌓이면 약국에서도 처리하기 곤란하다. 엄준철 약사는 “남은 약은 일반쓰레기로 버리지 말고 폐의약품 수거처에 잘 버려야 한다”며 “약국에는 반드시 약포지를 제거하고 알약만 모아서 가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