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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5시간 정도 걷는 것만으로도 간암·췌장암·대장암 등 치명적인 소화기암에 걸리거나 이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주일에 다섯 시간 정도 걷는 것만으로도 간암·췌장암·대장암 등 치명적인 소화기암에 걸리거나 이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약 30년에 걸쳐 미국의 세 대규모 코호트 자료를 분석해 신체활동량과 소화기암 발생·사망 위험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에는 ‘보건전문인추적연구’와 ‘간호사건강연구 1·2’에 참여한 남녀 23만1067명이 포함됐으며, 모두 연구 시작 시점에 암이나 심혈관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없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여가 시간 신체활동량을 2년마다 설문으로 조사해 주당 대사당량시간(1주일 동안 소비한 에너지를 운동 강도로 환산한 수치) 으로 계산했다. 이후 신체활동량이 많을수록 소화기암 발생과 사망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했다. 또 권장 기준인 주당 7.5 대사당량시간(중강도 운동 약 2시간 30분) 을 꾸준히 실천한 비율을 ‘운동 지속성’ 지표로 삼아 장기적인 영향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몸을 움직여 에너지를 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뜻하는 신체활동량이 많을수록 소화기암 발생과 사망 위험이 모두 낮았다. 주당 45 대사당량시간(빠른 걷기 약 15시간) 이상 활동한 사람은 3 대사당량시간 미만(거의 움직이지 않는 수준) 인 사람보다 소화기암 발생 위험이 17%, 사망 위험이 28% 낮았다. 소화기관별로는 소화관(입, 식도, 위, 대장 등) 암 위험이 15%, 간·췌장·담낭 등 보조기관 암 위험이 27% 낮았다.


운동량만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는 소화기암 위험이 가장 낮은 수준이 주당 약 50 대사당량시간(하루 약 한 시간 중강도 운동에 해당) 으로 나타났다. 운동량은 건강과 체력 향상을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하는 신체 활동만을 의미한다. 그러나 30년 동안 권장량을 꾸준히 실천한 사람은 주당 약 17 대사당량시간(빠른 걷기 약 5시간) 만으로도 비슷한 수준의 위험 감소 효과를 보였다. 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의 활동을 지속해도 추가적인 이득은 크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하버드대 에드워드 지오반누치 교수는 “과도한 운동보다 장기간 꾸준히 실천하는 적당한 수준의 신체활동이 소화기암 예방에 더 중요하다”며 “운동은 암뿐 아니라 심혈관질환·당뇨병 등 만성질환 예방에도 필수적인 생활습관으로, 오랜 기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30년에 걸친 대규모 인구 데이터를 활용해 신체활동의 장기적 효과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관찰 연구이므로 운동과 암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자마 온콜로지(JAMA Oncology)’에 지난 30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