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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제공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과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협업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의약품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을 활용·접목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일라이 릴리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슈퍼컴퓨터를 개발한다고 지난 28일(현지 시간) 밝혔다. 양사가 개발하는 슈퍼컴퓨터는 데이터 수집·학습부터 미세 조정·대용량 추론 등 AI를 활용해 인간 수명 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기술을 구현할 예정이다. 1000개 이상 고성능칩과 저장장치가 하나의 초고속 네트워크로 연결돼 빠르고 매끄러운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슈퍼컴퓨터는 릴리의 ‘2030년 탄소 중립 달성’ 목표에 맞춰 기존 시설에서 100% 재생 가능한 전기로 가동한다. 릴리의 기존 냉각수 인프라를 활용하는 등 탄소 발생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릴리 토마스 푸크 부사장은 “우리는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과학적 협력자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며 “단순히 의약품 개발·제조 속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대규모 생물학 연구를 통해 질병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개발사 노보 노디스크도 지난해 엔비디아와 슈퍼컴퓨터 제작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프랑스 슈퍼컴퓨터 기업 에비덴과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연구원들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을 장착한 슈퍼컴퓨터 ‘게피온’을 활용해 단일 세포 모델로 약물 후보와 구조에 대한 세포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


노보 노디스크 미샬 파텔 부사장은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플랫폼과 전문성을 노보 노디스크의 생명과학 연구 개발 전문성과 결합할 것”이라며 “신약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맞춤형 모델을 구축하고, 대규모 실험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아스트라제네카와도 ‘캠브리지-1’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AI를 디지털 병리학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영국 제약사 GSK와 여러 영국 대학교들 또한 캠브리지-1을 기반으로 뇌 질환 관련 연구와 질병을 유발하는 변이를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캠브리지-1은 영국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로, 기업·학계의 선도적인 연구자들이 기존 영국에서 불가능했던 규모와 속도로 질병·치료에 대한 단서를 해결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캠브리지-1을 통한 연구는 영국에서 진행하지만, 이는 전세계 수백만명에게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와 제약사 간 협업이 기업들의 신약 연구·개발 기술력을 한 단 계 진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원장은 “엔비디아는 기존 CPU 방식에서 벗어나 GPU를 사용한 컴퓨터로 업그레이드 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AI 기술을 활용해 변수가 많은 신약 개발의 리스크를 줄이고 상용화 가능성을 촉진할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