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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나 운동 부족, 저체중,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울증이나 운동 부족, 저체중,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나 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또래보다 떨어지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는 상태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09~2015년 사이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 40세 이상 환자 33만여 명을 2020년까지 약 12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경도인지장애 진단 당시 연령을 기준으로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전환되는 비율을 분석하고, 생활습관(운동·음주), 질병, 사회경제적 요인(소득·거주지)이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했다. 위험 요인은 ‘콕스 비례위험 회귀모형(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요인이 질병 발생 등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는 통계 방법)’을 사용해 비교했다.

그 결과 70세 이후 치매로의 전환률이 급격히 높아졌으며, 100세 무렵부터는 증가세가 완만해졌다. 저체중인 사람은 정상 체중보다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1.3배 컸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험이 1.7배,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은 1.2배,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1.37배 높았다. 반면 고혈압·이상지질혈증·허혈성 뇌졸중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생활습관 요인 가운데 가벼운 음주(1주일에 1~2회 수준)와 중등도 음주(3~4회 수준), 도시 거주, 고소득이 치매 전환 위험을 낮추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신체적·정신적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도 치매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강성훈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여러 요인을 조절하면 치매로의 전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우울증 치료, 적절한 체중 유지,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예방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관찰 연구 특성상 생활습관 변화나 치료 여부 등 세부 요인은 완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지난 10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