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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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 높은 하늘, 콧잔등을 부드럽게 간지럽히는 바람…. 한 시간 남짓 산책을 마친 후, 공원 옆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항아리 수제비 한 그릇, 감자전 한 접시, 그리고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시원하고 달콤한 막걸리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바로 이거지. 인생 별거 있나”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가 문득 의사로서의 책임감이 나를 강타했다. 그 ‘한 잔’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알코올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특히 여러 암이 알코올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알코올에는 ‘안전한 절대량’이 절대 없으며 건강을 위해서라면 금주가 유일한 답이다.

환자들은 볼 때마다 내게 묻는다. “선생님, 그래도 한두 잔은 괜찮지 않나요?”

이런 질문을 대비해 WHO가 만들어 놓은 ‘건강을 크게 해치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알코올 섭취’기준을 제시한다. 여기에 따르면 남성은 하루 순 알코올 20g 이하, 여성은 10g 이하, 그리고 주 2일 이상 금주일을 두는 것을 추천한다.

이를 현실의 술잔으로 옮기면, 여성에게는 소주 4분의 1병(90mL)이나 맥주 반 캔(250mL)이다. 혹은 와인 반 잔(100mL), 혹은 위스키 한 잔(30mL), 혹은 막걸리 3분의 1병(250mL)이 된다. 이 정도가 ‘적당한 음주’의 한계이며, 건강을 생각한다면, 그 ‘적당함’도 언제나 조심스러워야 한다.

일반인들의 기준이 이렇다면 ‘암 생존자들’에게 적용되는 기준은 어떨까?

2025년 한국 내 암 환자 및 암 생존자에서 음주 및 흡연, 신체활동 등의 건강행태 추세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음주의 경우, 월간 음주율은 일반 인구보다 약간 낮았다.

하지만, 일부 암종 생존자군에서는 고위험 음주율이 일반인보다 높게 나타났고 특히 고위험 음주 증가 추세가 감지됐다. 또한 2018년도 암 환자 455명, 암 생존자 56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한국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암 생존자가 암 환자에 비해 음주 빈도 및 음주량이 더 많았다. 즉, 암을 이겼다고 안심하는 순간 “한두 잔 정도는 괜찮겠지”의 마음이 암 생존자들에게도 그 가족들에게도 다시 올라오는 것이다.

문제는 그 한 잔이 암의 재발과 2차 암 발생, 그리고 사망률 증가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술이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선택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서 말했지만, 알코올은 1급 발암물질이다. 신체가 특정 영양소를 흡수하는 걸 어렵게 만들어 영양 결핍을 유발하고 결국 면역 체계를 망가뜨린다. 술은 마시는 양과 관계없이 조금이라도 몸에 들어가면 조직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유발해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암에 한 번이라도 걸렸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금주를 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는 하루 한두 잔의 술도 암 재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암 재발 위험이 낮출 수 있다. 암 재발뿐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 건강을 위해서라도 암 환자는 술을 끊어야 한다.

삶은 언제나 유혹과 절제 사이를 오간다. 어쩌면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즐길 줄 알되 멈출 줄 아는 용기를 가지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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