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민의 인간관계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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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대는 타인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1964년 하버드대 심리학과의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 박사는 한 초등학교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돌발 학습 능력 예측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지능검사를 시행한 뒤, 일부 학생들을 ‘잠재력이 매우 높은 아이들’이라고 교사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 명단은 무작위로 만든 가짜였다. 몇 달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름이 올랐던 아이들이 실제로 다른 학생들보다 성적이 훨씬 올랐던 것이다.

로젠탈은 이를 통해 ‘교사의 기대가 학생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기대를 품을 때, 그 기대는 상대를 실제로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이것이 바로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다.

우리는 서로의 거울 속에서 자란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타인의 시선, 말, 태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조정한다. 상사의 신뢰, 친구의 격려, 선배의 인정, 혹은 가족의 기대는 모두 우리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넌 할 수 있어’, ‘이번엔 잘 될 거야’, ‘나는 너를 믿어.’

이 짧은 문장들은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속에 ‘나는 믿음받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심어준다. 그렇게 생긴 자신감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결과를 바꾼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 앞에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반대로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넌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점점 위축되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의심하게 된다. 결국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가는 거울의 과정이다.

당신의 믿음이 나를 움직인다
직장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해보자.

“이번 프로젝트는 당신이 맡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아요. 당신이라면 잘 해낼 거예요.”

이 한마디는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나는 신뢰받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그 확신은 책임감으로, 책임감은 몰입으로 이어진다.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넌 늘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은 다음에도 진심으로 들어주려 노력한다. 인간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며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해 간다.

결국 좋은 관계란 서로에게 좋은 기대를 건네는 관계다. 누군가를 바꾸려 애쓰기보다, 그 사람이 이미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

비판보다 믿음이 먼저다
우리는 흔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쉽게 비판한다. “왜 그렇게밖에 못 해?” “또 실수했잖아.”

하지만 이런 말들은 상대를 성장시키지 않는다. 사람은 비판보다 기대 속에서 더 크게 자란다.

“이번엔 좀 다르게 해보자, 당신이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이런 말이야말로 관계를 단단하게 하고, 스스로를 다시 일으키게 만든다.

기대는 단순히 낙관적인 말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선택이다. 그 믿음을 받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 믿음에 어울리는 나’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하루를 바꾸는 말 한마디의 온도
로젠탈 효과는 특별한 실험실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매일 아침 인사를 건네는 동료에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혹은 오늘 처음 마주하는 낯선 사람에게도 우리는 그 효과를 전할 수 있다.

“당신이라면 잘 해낼 거예요.”

이 짧은 문장은 타인의 하루를 바꾸고, 때로는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좋은 인간관계란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가능성의 거울’이 되어주는 것이다.

우리가 조금 더 따뜻하게 믿어주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기대할 때 세상은 그만큼 부드러워지고, 사람은 그만큼 성장한다.

“나는 당신을 믿어요.”

이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오늘을 버틸 힘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 당신은 누구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