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미국 임상경제평가연구소(ICER)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출시 가격·접근성 보고서(Launch Price and Access Report)' 자료를 통해 미국에서 새로 출시되는 의약품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신약 가격은 다른 경제 지표인 인플레이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반적 의료비보다도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약물의 가격을 살펴보면, 지난해 실질 중위 출시 가격은 2022년 대비 51% 더 높아졌다. 실질 중위 출시 가격은 각종 할인·물가 상승까지 고려해 실질적으로 환자가 지불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정가를 의미하는 명목 출시 가격은 24% 상승했다.

연구소는 23개의 약물을 별도로 심층 검토했다. 만약 해당 제품들이 가격을 임상경제평가연구소가 제시하는 ‘건강 이점 가격 기준(HBPB)’에 맞췄다면 사회적 비용이 13억~15억 달러(한화 약 1조8680억~2조1554억원) 절감했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가 제시한 사회적으로 타당한 가격 범위 내였다면 비용을 아낄 수 있었고, 그 돈을 다른 의료에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새로운 치료법의 보장 범위와 보험 적용 지연도 문제로 삼았다. 2024년에 FDA 승인을 받은 약물 중 대부분이 1년이 지나도 공공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신약 처방이 절반 이상 거부됐고, 최종적으로 조제한 비율은 29%였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처방이 거부된 경우가 주를 이뤘다.

가장 이상적인 예시로 언급된 의약품은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다. 임상경제평가연구소는 젭바운드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비만 치료제 사용이 운동·식이요법 등 생활 습관 개선보다 비용 효율성이 높다고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임상경제평가연구소 사라 에몬드 CEO(최고경영자)는 “의약품 가격은 상승하고 환자 접근성은 감소해 사람들이 치료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건강 보험료 인상으로 위기에 빠진 지금, 의약품의 가치에 따라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오히려 미국 제약 산업의 혁신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