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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2.4mg/사진=노보 노디스크
비만약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가 비만 여부·체중 감량 여부와 무관하게 심혈관질환 보호 혜택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심혈관 과학 연구소 존 딘필드 교수 연구팀은 세마글루티드의 심장 보호 효능을 평가한 임상시험 'SELECT'의 결과를 지난 22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란셋'에 게재했다. 연구는 위고비 개발사인 노보 노디스크의 자금 조달을 받아 이뤄졌다.

세마글루티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호르몬을 모방한 성분으로, 혈당 조절과 포만감 유도에 영향을 미친다. 처음에는 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리벨서스'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도 개발됐다.

SELECT 연구는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성인 1만7604명을 대상으로 세마글루티드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시험이다. 같은 연구에 대한 기존 분석에서는 세마글루티드가 과체중 환자의 심근경색·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 사건(MACE) 발생률을 20% 낮추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모두 당뇨병을 앓고 있지 않았으나, 심혈관질환을 동반했다. 이 중 절반은 매주 세마글루티드 2.4mg을 투여했고, 나머지 절반은 위약(가짜약)을 투여했다. 연구팀은 치료 기간 동안 환자의 체중과 허리둘레 변화를 측정하고, 이러한 변화가 MACE 발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초기 20주간 체중이 감소한 점은 심장 보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복부 지방 감소를 의미하는 허리둘레 감소 여부는 MACE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허리둘레가 5cm 감소할 때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4%씩 감소했는데, 연구팀은 이 효과가 비만 환자군(BMI 30 이상)과 과체중(BMI 27 이상) 환자군에서 모두 동일하게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세마글루티드가 체중 감량 효과 외에 심장에 이로운 다양한 기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마글루티드의 투여 대상을 단순 비만 환자에 국한하기는 어렵다고는 의견이다. 다만, 연구팀은 복부 지방 감소는 심장 보호 효과 요인 중 3분의 1을 차지하며, 나머지 3분의 2에 해당하는 다른 요인은 여전히 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딘필드 교수는 "의약품 정보에는 비만 치료제로 표기돼 있지만, 심장에 대한 효능은 체중 감량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다만, 복부 지방은 체중보다 심혈관 건강에 더 위험한 만큼 허리 둘레 감소와 심혈관 건강 이점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심혈관 보호 효과 혜택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체중을 급격하게 많이 빼거나, 높은 수준의 BMI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