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이 안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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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류가 만든 물체 중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도 우주를 누비고 있는 ‘보이저 탐사선’입니다.

이 탐사선과 관련된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려던 시기에 시작됩니다. 천체물리학자이자 <코스모스>의 저자로 잘 알려진 칼 세이건은 NASA에 한가지 건의를 합니다. 우주를 향하고 있던 보이저호의 카메라를 정반대로 뒤집어 지구를 찍어보자고 말이지요.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1990년 2월 14일 보이저호는 지구가 보이는 사진을 찍게 됩니다. 그 거리에서 지구는 하나의 픽셀 보다도 작은 점으로 보입니다. 세이건은 그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다음과 같이 그 인상을 기록했습니다.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이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 서로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앞날이 촉망되는 아이들, (…) 수퍼스타, 초인적 지도자, 성자와 죄인 등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을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광대한 우주의 무대 속에서 하나의 극히 작은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 우리 행성은 우주의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하다.”

이 말은 굉장히 큰 감동을 우리에게 전해주며, 우리를 겸허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감동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우리 모두는 사람이기에 내일 또 다시 기뻐하고 슬퍼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 보다 심한 우울과, 불안, 초조감을 느끼고 고통스럽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고통이 이어지다 보면 마음은 우리에게 무어라고 말을 걸어오기도 합니다. 간혹 힘내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썩 기분 좋지 않은 말도 많습니다. 당신은 실패자라거나, 그래서 너는 안 된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때론 지금 당장 여기에서 도망가지 않으면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 위협하기도 하고, 자신의 말에 따라서 행동해야 한다고 명령하기도 합니다. 이 말에 휘둘리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떤 것이 정말 내가 경험한 감정이고 어떤 것이 내 마음이 말하는 것인지 혼란 속에 빠지게 됩니다. 오히려 실제의 고통보다도 그 마음의 말에 더 짓눌리고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있다 보면 현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기조차 합니다.

문제는 마음이 너무 가까이에서 말을 걸어오면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입니다. 지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세요. 여러분의 눈에 들어오는 거의 대부분은 모두 ‘지구’일 것입니다. 이번에는 함께 상상해 봅시다. 달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지구는 어떻게 보일까요? 지구의 푸른 색채와 둥근 형태가 보이지 않을까요? 조금 더 멀리에서 바라봅시다. 보이저 1호가 사진을 찍었던 그 곳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아마 정말로 작은 점 하나만이 보일 것입니다. 다시 주변을 바라봅시다. 지금 우리 주변을 완전히 채우고 있는 지구가 보입니다. 이 지구는 아무리 거리가 멀어진다 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정말로 작게 보이겠지요. 그리고 그 먼 거리에서야 비로소 지구의 중력이 보이지 않는 힘으로 나를 잡아당기고 있었고, 사실은 그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주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마음이 걸어오는 말’이 가진 중력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먼저 마음이 왜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하는지 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비밀은 마음은 결코 우리가 잘못되라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음이 건네는 조언과 명령, 때론 비난하는 말은 비록 효과가 없더라도 사실 여러분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마음 자기 나름의 최선의 노력과 좌절이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여러분에게 말을 걸어올 때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살펴보세요. 가슴이 먹먹하거나 목이 아프고 배가 불편할지도 모릅니다. 무언가 꽉 막혀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것이 마음이 느끼던 괴로움이었습니다. 이를 알아차렸다면 마음을 토닥이고 안아주며 고마움의 말을 건네 봅시다.

“그 동안 내가 괴롭지 않게 하려고 너 혼자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지금 내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만큼이나 너 역시 괴롭고 힘들었겠구나. 애써줘서 고맙다.”

그리고 다음을 생각해 봅시다.
여러 감정으로 고통스러웠던 것은 누구인가요?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때로는 비난하기도 한 것은 누구인가요?
그 목소리를 듣고 다독이며 따뜻한 말을 건넨 것은 누구인가요?

사실 그 모두는 여러분 자신입니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지구에 서 있는 사람도, 달의 거리와 보이저 호의 거리에서 지구를 바라본 것을 떠올린 사람도 나 자신입니다. 여러분은 단지 마음의 고통이 아니며, 그 고통에 매달려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더욱이 어떤 진단명도 아닙니다. 여러분은 그보다 다채롭고, 그보다 넓고,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존재입니다. 때론 마음이 건네는 말에 휘둘리기도 하지만, 여러분은 그보다 큰 무엇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은 마음이 하는 일을 위로할 수 있고, 또 마음이 건네는 조언을 듣거나, 듣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

어느새 마음이 나에게 다가와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지금의 연습을 기억하세요. 여러분이 좀 더 멀리에서 마음을 바라볼 수 있다면 전체의 풍경이 좀 더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해와 별도 볼 수 있을 것이며 선택의 자유 역시 주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론 마음이 나를 너무나도 붙잡아 혼자의 힘으로는 그 중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주변의 전문가와 그 여정을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좀 더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