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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중 무의식적으로 성적 행동을 하는 수면장애인 ‘섹솜니아(sexsomnia)’가 생각보다 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면 중 무의식적으로 성적 행동을 하는 수면 장애인 ‘섹솜니아(sexsomnia)’가 생각보다 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 베르겐대 연구진은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수면 중 성적 행동 경험 여부를 조사했다.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은 약 50세였으며, 남성 508명, 여성 494명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약 10.5%가 평생 한 번 이상 섹솜니아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6.1%는 최근 3개월 이내에 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가장 흔한 행동은 자위(5.4%)였고, 이어 파트너를 애무하는 행동(4.0%), 성교(1.8%) 순이었다. 이 외에도 수면 중 자발적인 오르가즘이나 성적 소리를 내는 행동도 일부 보고됐다.

성별 차이도 확인됐다. 평생 경험률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약 1.6배 더 높았다. 연구진은 스트레스, 피로, 불규칙한 수면 패턴 등이 증상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면 중 공포나 꿈 재현 행동을 함께 경험하는 경우 섹솜니아 발생 위험이 2~3배 더 높았으며, 최근 3개월 내 섹솜니아를 경험한 이들 중 일부는 주 1회 이상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났다고 응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수면 중 성적 행동이 깨어 있을 때와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응답자는 평소보다 더 부드럽고 열정적인 행동을 했다고 답한 반면,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양상을 띤 경우도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섹솜니아 유병률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드문 사례로, 이 증상이 극히 드물거나 특정 수면 장애 환자에게만 나타난다는 기존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연구진은 “섹솜니아는 일부 사람에게 국한된 이례적인 증상이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비교적 널리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며 “다만 항상 반복되거나 심각한 증상은 아니며, 많은 경우 일시적으로 끝나는 경험”이라고 했다.

섹솜니아는 미국수면의학회 국제수면장애분류(ICSD-3)에서 ‘수면 관련 비정상 성행동’으로 분류되는 파라솜니아(parasomnia, 사건 수면)의 일종이다. 주로 깊은 비렘(NREM)수면 단계에서 발생하며, 자위, 파트너 접촉, 성교 시도, 자발적 오르가즘 등 다양한 성적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대개는 다음 날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 보통 잠든 후 한 시간 이내에 증상이 시작되며, 스트레스나 피로도가 높을수록 발생 가능성도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rchives of Sexual Behavior’에 지난 3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