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 간 헌혈로 모인 소중한 혈액 59만3000 유닛이나 폐기된 가운데, 이 중 30% 이상이 선진국에서는 20년 전 퇴출된 ‘ALT(간 수치) 검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폐기된 헌혈은 59만3453 유닛인 것으로 드러났다. 1유닛이 320~400cc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약 2억cc분량의 혈액이 폐기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폐기된 혈액 중 32.2%인 19만 유닛(약6684만cc)은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권고하지 않는 ALT(간 수치) 검사 결과 때문에 폐기됐다는 점이다.
ALT 검사란 1990년 수혈로 인한 B형·C형 간염 전파를 예방할 목적으로 도입된 검사다. 이후 간염바이러스를 직접 검출하는 정확도 높은 검사법(핵산증폭검사, 효소면역검사)이 도입되면서 그 유용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이로 인해 WHO는 2010년 ALT 검사를 더 이상 혈액 선별검사로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미국·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20여 년 전 이 검사를 폐지했다.
전문 학회 역시 ALT 검사가 간염바이러스 검사 목적으로는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ALT 검사는 간염바이러스와 무관한 원인(운동, 약물, 알코올, 비만 등)으로 상승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실제 감염 여부와 무관한 헌혈자를 탈락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의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결국 ALT검사를 폐지했더라면, 지난 5년간 낭비된 검사비 약 3억1천만원과 국민의 소중한 헌혈 2억cc를 지킬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한적십자사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문제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보건복지부 소속 혈액관리위원회의 혈액안전소위원회는 2015년에 실시한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ALT 검사의 비효용성을 확인하였으나, 당시 ‘국민 혈액 불안감 정서를 고려해 일본과 같이 단계적으로 조정하자’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러나 그 후 4년이 지난 2021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시 지적되었으나, 복지부는 또 2년 후인 2023년에서야 혈액관리소위원회를 열었고,‘근거 불충분’을 이유로 또다시 ‘추가 연구’를 결정했다. 해당 연구는 다시 2년 가까이 지난 2025년 5월에야 시작됐으며, 연구가 끝난 뒤에도 실제 ALT 검사 폐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김선민 의원은 “2017년에 이미 의학적 타당성을 인정하고도 복지부가 8년 가까이 결정을 미루는 사이, 수십만 국민의 숭고한 피가 버려지고 있다”라며 “언제까지 연구를 핑계 삼아 결정을 미룰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진행하고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시 혈액안전소위원회를 열어 ALT 검사 폐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