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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한 여성이 뇌수술을 받으며 클라리넷을 연주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잉글랜드 이스트서식스주에 거주하는 여성 데니스 베이컨(65)은 지난 7월 런던 킹스 칼리지 병원에서 뇌심부자극술(DBS)을 받았다. 뇌심부자극술은 초소형 전극을 뇌에 삽입해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치료법으로, 뇌세포를 제거하거나 손상시키지 않는 비파괴적 수술이다. 주로 파킨슨병, 근육긴장이상증(디스토니아) 등 운동장애 치료에 사용된다. 환자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자극에 대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베이컨 역시 전신마취 없이, 두피와 두개골만 국소마취한 상태에서 네 시간 동안 깨어서 수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은 그녀에게 클라리넷을 연주해 볼 것을 제안했다. 수술 중 전기 자극이 운동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2014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베이컨은, 오랫동안 언어치료사로 활동하며 클라리넷 연주를 즐겨왔지만, 병세가 진행되며 걷기, 수영, 춤, 악기 연주 등 일상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수술 중 뇌에 전기 자극이 전달되자, 베이컨의 손가락 움직임이 눈에 띄게 향상되며 클라리넷 연주가 가능해졌다. 왼쪽 뇌에 자극을 가하자, 마비됐던 오른손의 움직임이 즉각 개선되는 변화가 나타났다.
수술을 집도한 키우마르스 아슈칸 교수는 “베이컨의 머리에 정밀 좌표 장치를 고정한 뒤, 두개골에 5펜스 동전 절반 크기의 구멍을 뚫어 전극을 삽입했다”며 “왼쪽 뇌에 자극을 주자 오른손 움직임이 개선됐고, 반대쪽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가 클라리넷 연주를 열정적으로 이어온 것을 알고 있었기에 수술 중 연주를 제안했고, 자극을 주자마자 연주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베이컨 역시 수술 당시를 떠올리며 “자극이 들어오자 오른손이 훨씬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고, 연주도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현재는 걷기 기능도 개선되고 있어 “수영장과 무대로 돌아가는 것이 기대된다”고 했다.
베이컨이 앓고 있는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며 발생하는 만성 퇴행성 질환이다. 도파민이 줄어들면 손 떨림, 근육 경직, 느린 동작, 균형 감각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아직 명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정확한 발병 시점을 알기 어렵고, 운동 증상보다 수년 앞서 심한 잠꼬대, 우울감, 후각 저하, 변비 등 비운동 증상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렵지만, 약물과 수술, 재활 운동 등을 통해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치료에는 도파민 전구물질인 레보도파, 도파민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효현제, 도파민 분해 억제제 등이 사용되며, 약물로 증상 조절이 어려울 경우 베이컨처럼 뇌심부자극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고려된다. 특히 운동은 파킨슨병 관리에 있어 약물만큼이나 중요하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파킨슨스’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유산소 운동이 보행 속도, 균형, 운동 기능을 유의미하게 개선한다는 결과가 나왔으며, 미국 러시대학교 연구에서는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6개월간 지속한 환자 그룹에서 증상 진행 속도가 더뎠다는 분석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