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MSD '캡박시브' 허가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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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박시브/사진=한국MSD 제공
한국MSD가 성인 전용 폐렴구균 21가 단백접합백신 '캡박시브'를 내년 상반기 중 국내에 도입한다. 소아중심의 폐렴구균 백신 접종으로는 성인에서의 공중 면역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기존 백신에 포함되지 않았던 혈청형을 추가해 고령층에서 증가하는 폐렴 질환 예방에 기여할 전망이다.

◇"소아 백신만으로는 부족한 측면 있어… 새로운 선택지 필요했다"
한국MSD는 21가 폐렴구균 백신 '캡박시브'의 허가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21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진행했다.

캡박시브는 성인에서 발생하는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과 폐렴구균성 폐렴의 예방을 위해 개발한 성인 전용 21가(21개 혈청형을 포함하는 백신)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으로, 지난 8월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소아를 대상으로 개발한 15가 백신 '박스뉴반스'와 달리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할 수 있다.

캡박시브는 성인에서의 불충분한 공중 면역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고자 개발됐다. 2010년 화이자의 13가 단백접합백신 '프리베나13'의 도입과 2014년 '박스뉴반스'의 도입으로 소아에서 집단 면역이 형성돼 성인에서의 공중 면역 형성이 기대됐으나, 실제로 2014년 이후 성인에서의 IPD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에서는 32.1%가 IPD를 경험하는 등 나이가 많아질수록 발병률이 높아졌다.


이는 기존 폐렴구균 백신에 포함되지 않았던 혈청형이 증가한 것과 관련 있다. 실제로 65세 이상 성인의 IPD 확진 사례 중 34%가 기존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으로 인해 발생했다. 이들 중 32%는 치료를 위해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를 사용하더라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아 백신 접종을 통한 성인의 간접 보호 효과를 보완할 새로운 선택지가 필요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캡박시브는 8개의 고유 혈청형(15A, 15C, 16F, 23A, 23B, 24F, 31, 35B)을 포함해, 65세 이상 성인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의 74%를 차지하는 21가지 혈청형으로 설계됐다. 화이자의 20가 백신 '프리베나20'이 포함하고 있지만 캡박시브에는 없는 혈청형도 있으며, 이는 전체 IPD 원인의 약 8%를 차지한다.

18세 이상 성인 약 8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연구에서 캡박시브는 프리베나20 대비 접종 후 30일 시점에서 두 백신에 모두 포함된 10개 혈청형에서 모두 열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캡박시브에만 포함된 11개 혈청형 중 10개 혈청형에서는 대조군 대비 우수한 면역원성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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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최정현 교수/사진=정준엽 기자
◇접종 지침도 변화… 15가 → 21가 순차 접종은 불가
전문가에 따르면, 캡박시브의 허가 이후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예방접종 지침에도 변화가 생겼다. ACIP 신규 권고안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에게 ▲캡박시브 1회 접종 ▲프리베나20 1회 접종 ▲박스뉴반스 접종 이후 23가 다당백신(프로디악스) 추가 접종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접종할 수 있다. 국내 대한감염학회의 권고사항은 아직 바뀌지 않았지만, ACIP의 권고안에 맞춰 추후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 박스뉴반스 접종 이후 추가 면역 효과를 위해 캡박시브를 접종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최정현 교수는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에서는 이전 백신 접종 이력과 무관하게 50세 이상 성인과 19~49세 면역저하 또는 만성질환이 있는 성인에게 21가 단백접합 폐렴구균 백신 1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며 "15가 백신 접종 이후 21가 백신 추가 접종은 국내외 학계에서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프리베나20과 경쟁 예상… 한국MSD "가격 책정 검토할 것"
한국MSD에 따르면, 캡박시브는 내년 2분기 이내에 비급여로 우선 출시될 예정이다. 이후 접종률을 높이고자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도입을 목표로 정부와 논의할 계획이다. NIP 도입을 위해서는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입증하기 위한 근거를 오는 향후 대한감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한국MSD 의학부 양경선 이사는 "질병으로 인해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을 때의 경제적 손실을 보는 사회적 관점과, 치료비·입원료 등 실제 질환 관련 비용을 아우르는 보험자적 관점을 모두 분석하고 있다"며 "오는 11월 대한감염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연구 포스터를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비급여 가격에 관한 전략도 공유했다. 캡박시브는 출시 이후 프리베나20과 시장에서 직접 경쟁 구도를 형성할 예정이기 때문에 비급여 가격의 경쟁력 또한 중요한 변수다. 한국MSD 백신사업부 조재용 전무는 "출시까지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보니 피접종자들의 접근성을 올릴 방안을 중점으로 가격 책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20가 백신과 비교해 책정하거나, 20가 백신과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모두 포함해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