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중증질환 다학제 진료
분당차병원, 올해 다학제 진료 6500례 달성… 국내 최단 기록
여러 진료과 협진해 치료 계획 수립, 최상의 치료법 도출
매년 1000건 이상 증가… 파킨슨·치매 등 중증질환에도 적용
치료 성공률 높여… "난치성, 전이성 암 환자들에게 희망"
분당차병원은 2016년 암 다학제 진료를 처음 시작해 매년 1000건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췌담도암·대장암·유방암 등 주요 암 치료뿐 아니라 파킨슨·치매 등 중증질환 분야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며 국내 최단기간 다학제 진료 누적 6500례를 달성했다. 작은 회의실에서 출발한 다학제 진료실은 현재 3개로 늘었고, 병원 암 치료의 핵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다학제 협진으로 난치성 암 생존율 높여
다학제 진료의 강점은 각 분야 전문의들이 수술, 항암, 방사선, 면역항암치료 등 치료 계획을 단계별로 논의해 최적의 치료법을 도출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환자들도 치료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분당차병원은 췌담도암 치료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2016년 이 분야에 처음으로 다학제 진료를 도입했다. 분당차병원 다학제센터장 전홍재 교수는 "과거에는 환자가 직접 수술 설명을 듣기 위해 외과로, 항암치료를 위해 종양내과로, 방사선치료를 위해 방사선종양학과로 옮겨가며 진료를 봐야 했기에, 다학제 진료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며 "의사 한 명만 환자를 돌보는 것이 아닌, 여러 진료과의 교수진이 한 자리에서 한 환자를 위해 30분간 진료하면서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면역항암치료 등 단계별 계획을 세우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해 설명·진료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다학제 진료는 치료의 완성도는 물론, 환자에게 신뢰감을 줘 심리적 안정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강버들 교수는 "이제는 대부분의 암 환자가 다학제 진료를 받고 있다"며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가 항암 후 수술을 받거나, 말기 암 환자들이 암세포가 사라지는 완전 관해를 경험하면서 교수들도 새로운 의욕과 활기가 생겼고, 난치성∙전이성 암 환자들 역시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
全 암종 다학제 진료 체계 구축
분당차병원은 현재 유방암, 부인암, 대장암, 간암, 폐암, 갑상선암, 두경부암 등 거의 모든 암 치료에 다학적 진료를 적용하고 있다. 신경과·재활의학과가 함께 참여하는 파킨슨 치매 다학제 진료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환자와 가족들의 만족도도 높다. 병원 조사에서 다학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의 만족도는 100%로 나타났으며, 치료 성공률 또한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7월에는 다학제 진료 5000례 달성을 기념해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행사를 열었으며, 한 환우는 분당차병원 다학제 팀에게 "다학제 진료는 신이 끝자락에 서 있는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활발한 다학제 진료에는 교수진들의 숨은 노력도 컸다.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고광현 교수는 "다학제 진료는 이상적인 시스템이지만 의료진의 일정을 맞추기 힘들고, 자기 환자가 아닌 환자 진료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현장에서 적용이 쉽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환자와 보호자들이 안심하고 감동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난치성 환자들의 치료 성적까지 좋아지면서 교수진이 개인 시간을 쪼개서라도 더욱 적극적으로 다학제 진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 환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학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의 사례도 많이 공유되고 있다. 박씨(70세, 여)는 간문부 담도암 환자로, 왼쪽 간으로 전이된 데다 우측 간동맥에도 종양이 붙어 있어 수술이 불가한 상태였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총간관과 좌·우 간관을 모두 침범하거나 여러 부위의 담도에 종양이 발생해 수술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간 내 전이가 있을 경우 수술 가능성은 더욱 낮다.
박씨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항암 치료를 먼저 진행했고, 치료 반응이 좋아 좌간 절제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암이 완전히 제거됐으며, 현재까지 3년째 재발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최모씨(51세, 남)는 2023년 간세포암 진단 후 간동맥화학색전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재발 소견이 나타났다. 이후 면역항암 병용요법 임상시험에 참여해 일시적으로 종양이 괴사했으나, 1년 뒤 일부 부위에서 병변이 진행돼 표적치료제로 치료를 이어갔다.
2025년 4월 분당차병원 다학제 진료팀은 남아 있는 병변 위치와 간 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좌측 간 절제술과 우상구역 고주파열치료(RFA) 병행을 결정했다. 외과와 영상의학과의 협진으로 수술과 RFA를 동시에 시행한 결과, 현재 그는 간 내 잔존 종양 없이 완전 관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간암 표지자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폐 등 다른 장기로의 전이도 없다. 현재 환자는 항바이러스 치료와 금주 관리를 병행하면서 외래 추적 관찰 중이며,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이어가고 있다.
최씨의 간 절제술을 집도한 분당차병원 외과 조성준 교수는 "간 절제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치료를 받던 환자도 항암치료를 통해 암세포가 안정화되면 수술적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며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관리한 점이 수술 성공과 간암 환자의 회복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