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뇌혈관 건강 캠페인②

뇌출혈, 형태에 따라 손상 양상 달라
뇌압 높은 환자 '개두술' 필요

가족력 있다면 조기 검사 받아야
뇌동맥류 있다면 예방적 치료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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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신경외과 전영일 교수는 "이미 뇌에 출혈이 생긴 후에는 추가 손상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치료를 한다"며 "환자 상태에 맞게 의료진은 개두술, 코일색전술 등을 고려한다"고 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그래픽=김경아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뇌출혈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국내 뇌졸중(뇌경색·뇌출혈) 환자 수는 2023년 기준 63만 명으로, 이미 인구 100명 중 1명이 이 병을 경험했거나 겪고 있다. 누구나, 본인은 물론 가까운 가족·지인에게도 충분히 닥칠 수 있는 질환인 셈이다.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고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그 이후 어떤 치료가 이뤄지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탓에 간혹 머리를 여는 수술인 개두술을 권유받으면 환자와 가족은 불안감이 앞서곤 한다. 그러나 개두술은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려면 환자와 가족 모두 치료법의 원리와 차이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건국대병원이 새병원 개원 20주년을 맞아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뇌혈관 건강 캠페인'을 진행한다. 두 번째 연재 기사로 '상황별 적절한 뇌졸중 치료법'을 소개한다.

뇌출혈 치료 방법, '뇌압'이 좌우

뇌졸중 환자 중 상당수는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 환자다. 뇌출혈은 출혈과 뇌 손상 정도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크게 달라진다.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전영일 교수는 "뇌 손상이 경미한 사람은 자연 회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이미 손상이 심한 사람은 어떤 방법을 써도 좋아지기 어렵다"며 "의료진은 뇌에 추가 손상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치료를 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게 뇌압 조절이다"고 했다.

출혈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일차와 이차 손상으로 나뉜다. 뇌 조직 내부에서 출혈이 생기면 주변 조직이 사방으로 찢기거나 뭉개지게 된다. 이게 일차 손상으로, 뇌출혈이 발생하면서 생기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 대다수는 이대로 방치하면 혈액 덩어리가 커지거나 주위 조직이 부으면서 뇌압이 올라가 이차 손상이 생긴다. 한계 이상으로 뇌압이 올라가면, 혈액이 순환되지 못하고 정상 세포도 압박을 받아 기능이 떨어진다. 출혈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까지 손상이 진행돼, 결국 혼수상태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뇌출혈 치료는 뇌압을 조절하고 재출혈을 막는 게 핵심이다.

뇌출혈이 어떤 형태로 발생하느냐에 따라 손상 양상은 달라진다. 뇌출혈 형태로는 자발성, 지주막하 등이 있다. 자발성 뇌출혈은 낡고 약해진 혈관이 터져 뇌 조직 안에 혈액 덩어리가 생기는 것으로 노화나 고혈압이 주된 원인이다. 드물지만 혈관 기형이나 모야모야병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전 교수는 "노화나 고혈압으로 뇌출혈이 생겼을 땐 소혈관이 터지므로, 출혈량이 적으면 혈종이 천천히 녹아 흡수되면서 터진 부위도 같이 아물 수 있다"며 "출혈량이 많으면 즉시 수술로 혈종을 제거해 뇌압을 낮추고 터진 부위를 지혈한다"고 했다.

지주막하 출혈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막 아래에 출혈이 넓게 퍼진 것으로, 대부분 뇌동맥류가 파열되며 생긴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일부가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전 교수는 "뇌동맥류는 보통 뇌 바닥의 굵은 혈관에 주로 생겨, 터질 때 매우 높은 압력의 출혈을 사방으로 퍼뜨린다"며 "이때 뇌 손상과 함께 뇌압이 급격히 상승하므로,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머리 여는 수술도 필요… "재발률 낮아"

고인 혈액을 빼내고 터진 혈관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수술뿐이다. 대표적인 뇌출혈 치료법으로 '코일 색전술'과 '개두술'이 있다. 코일 색전술은 허벅지 등에 있는 동맥에 미세한 관인 카테터를 삽입해 혈관을 타고 뇌까지 접근한 후, 백금으로 만든 미세 코일로 출혈 부위를 막는 시술이다. 개두술은 말 그대로 머리뼈 일부를 열고 뇌혈관을 직접 확인하는 수술이다. 보통 머리뼈를 연 후 터진 뇌동맥류의 입구를 금속 클립으로 집는 클립 결찰술을 시행한다.

뇌압에 따라 적절한 시·수술이 달라진다. 뇌압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때는 코일 색전술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코일 색전술은 흉터가 없고, 빠른 퇴원이 가능하다. 다만, 뇌압이 높을 때는 개두술을 해야 즉각적으로 뇌압을 조절하면서 출혈 부위를 치료할 수 있다. 개두술 후에도 뇌압이 계속 상승한다면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 교수는 "코일 색전술은 상자에 구멍을 뚫어 카메라와 손만 넣은 후 상자 속을 정리하는 것이고, 개두술은 상자를 열어 직접 보고 정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상자 속 물건이 3~4개라면 손만 넣어도 잘 정리할 수 있지만, 10개 이상의 물건이 얽혀있다면 상자를 열어야 제대로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환자와 보호자로선 편리한 코일 색전술을 먼저 시도했다가 개두술로 전환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뇌압이 높은 환자를 코일 색전술로 먼저 치료하면 뇌압이 조절되지 않는 시간이 길어져, 이차 손상이 더 진행될 수 있다. 고령이거나 내과적인 문제 등으로 수술 위험이 매우 큰 환자가 뇌압이 높지 않으면 약물 치료를 하면서 자연치유를 기대해 보기도 한다. 이땐 이미 터진 혈관이 다시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없어 재출혈의 위험이 있다.

뇌출혈 가족력 있다면 검사 필수

뇌출혈은 발생 전 예방이 우선이다. 젊을 때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을 일찍부터 조절하면 고혈압성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평소에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도 유지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다면 예방에 더 힘쓸 필요가 있다.

특히 고혈압은 뇌출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혈관은 일생에 걸쳐 지속해서 유연성을 잃어버리고 약해지는데, 강한 압력으로 혈액이 전달되면 혈관이 버티지 못하고 터지게 된다.

뇌동맥류 또한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요하다. MRA나 CTA 등의 혈관 검사로 뇌동맥류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모든 뇌동맥류가 터지는 것은 아니지만 ▲크기가 크고 ▲모양이 복잡하고 ▲위치가 위험하다면 미리 예방적 치료를 받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방적 치료는 뇌출혈 치료와 같이 코일 색전술이나 클립 결찰술 중에 선택하게 된다.

전 교수는 "어느 방법을 선택하든 예방적 치료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환자의 상태와 병변 특성에 따라 치료 여부부터 방법까지 달라지므로 경험이 많은 신경외과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30대 이전의 뇌동맥류 발생과 파열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너무 이른 나이부터 검진받진 않아도 된다. 생애 전환주기인 40대에 검진받는 게 적당하다. 가족 내에 뇌동맥류를 진단받은 사람이 있다면, 더 일찍 검사받는 것을 권장한다. 전 교수는 "국가적으로 40~50대 사이에 한 번 정도 CTA로 혈관 검사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뇌출혈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건국대병원과 함께하는 뇌혈관 건강 캠페인

건국대병원이 새 병원 개원 20주년을 맞아 '뇌혈관 질환 인식 향상 캠페인'을 진행한다. 헬스조선과 함께 연재 기사로 '뇌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지난 1편에서는 '뇌졸중 예방법'에 대해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