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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을 통한 임신중지의약품 불법 판매 사례./사진=남인순 의원실 제공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죄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임신중지 허가 의약품이 없어 불법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임신중지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 적발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낙태죄 효력이 상실된 2021년 이후 총 2641건이 적발됐다. 지난해에만 741건, 올해는 9월 기준 352건이 적발됐다.

불법 판매는 일반 쇼핑몰, 온라인 카페, 오픈마켓, SNS,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일반 쇼핑몰에서 가장 많은 건수가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의약품이 도입되지 않아 여성들이 불법 유통 약물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식약처는 ‘임신중지약 허가 가능’ 법률 자문을 받은 바 있다. 실제 남인순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법률 자문서에 따르면, 식약처는 “법 개정 여부와 무관하게 인공임신중절 의약품의 품목 허가는 가능하며, 이에 따른 수입 및 유통 또한 합법적”이라는 자문을 받았다. 또한 “품목허가를 거부할 근거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이상, 거부 처분은 위법에 해당한다”는 의견과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 소지가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식약처가 법 개정과 무관하게 도입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을 여러 차례 받았음에도 이를 외면한 것은 여성의 건강권을 방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인순 의원은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임신중지 의약품은 제조·유통 경로가 불분명하고, 진위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어 부작용 위험이 높다”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임신중지 의약품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전세계 100개국에서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정받아 사용 중임에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허가가 안 되어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 임신중지 법·제도 개선과 약물 도입이 명시되어 있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도입 필요성을 밝힌 만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며 “조속히 임신중지 의약품을 허가해 여성의 건강권과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2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입법공백 시기 여성의 임신중단 인식과 경험 연구’에 따르면, 임신중지 약물을 구매한 여성의 45.7%는 ‘약물 사용법과 정보가 부족했다’, 42%는 ‘효과를 확신할 수 없어 불안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대체입법 시기 대비 입법공백 시기에 약물을 온라인 판매 사이트, SNS, 브로커를 통해 구매했다는 응답률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의료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임신중단 약물을 처방하는 것에 대한 위축감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고, 상대적으로 임신중단 약물을 쉽게 처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찾은 대안으로 비공식적인 경로가 활성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