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 명의_ 김용찬 강북연세병원장
정밀의학 흐름 속 인공관절 수술 패러다임 변화
AI·3D프린팅 접목한 신의료기술로 맞춤형 치료
절개 작고 속도 빨라 출혈·합병증 위험 최소화
맞춤형 수술로 효과 높이고 환자 부담 낮춰

최근 AI(인공지능)와 3D프린터 기술을 결합한 '환자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기구'가 주목받고 있다. 환자의 MRI(자기공명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뼈 구조와 변형 상태를 정밀 분석해 최적의 절삭 각도와 위치를 설계하고, 3D프린터로 개인전용 뼈 절삭 가이드를 제작해 수술에 활용한다. 수술 정확도를 높이는 동시에, 절개 범위, 출혈, 합병증 위험 등을 줄여 인공관절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지난 9월부터 본격적 임상 적용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병원 강북연세병원 김용찬 병원장은 "수집한 환자 MRI 정보를 바탕으로 설계한 맞춤형 절삭이 가능해, 수술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말기 무릎관절염, 인공관절 수술 필요
무릎관절염은 증상이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다가 일정 시점이 되면 연골이 완전히 닳아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특히 연골이 활발히 마모될 때 통증이 가장 심하다. 이 시기를 지나면 잠시 견딜 만해지지만, 결국 다시 악화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 시기 판단이 중요하다.
인공관절 수술은 주로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 말기까지 진행된 환자에게 시행한다. 연골 손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체중 감량, 운동 등 생활습관 관리로 통증을 완화하고, 이미 관절염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연골 손상 정도에 따라 연골 재생술, 연골판 이식술, 휜다리 교정술이나 약물·주사·물리 치료 등을 먼저 시행해 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다. 이후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등 기존 연골을 보존하는 방식이 불가능할 때는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김용찬 병원장은 "통증이 심해 걷기 어렵거나 일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무릎이 불편한 환자들이 인공관절 수술 대상"이라며 "'혼자 장 보고 오기가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로 생활 속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수술을 고려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15도 이상 다리 변형이 심하거나 이미 뼈에 금속 내고정물이 삽입돼 있는 환자가 주요 수술 대상이다. 무릎이 안짱다리처럼 심하게 휘어 있거나 X자형 변형처럼 특이한 구조를 가진 환자에게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의 핵심은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면밀한 사전 설계다. 수술 전 MRI로 고관절부터 발목까지의 뼈 구조를 촬영하고, AI 프로그램이 이를 분석해 가상의 절삭 라인과 각도를 미리 결정한다.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3D프린터로 제작된 가이드 기구가 수술에 활용된다. 김용찬 병원장은 "의료진은 환자 맞춤형 가이드를 그대로 적용해 절삭 위치를 정하고, 정해진 각도대로 뼈를 다듬으면 된다"며 "기존보다 과정이 단순하고 정확성이 높다"고 말했다.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하면 환자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로봇 수술은 기계가 절삭하기 때문에 안전 여유를 두고 절개해야 하지만, 맞춤형 인공관절은 수술자가 직접 눈으로 보며 정확한 부위를 절제할 수 있어 절개 폭이 작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출혈·합병증 위험도 함께 감소한다. 기존 수술에서는 뼈 내부에 금속 고정물이 있을 경우 이를 제거해야 했지만, 맞춤형 수술은 제거하지 않고도 수술이 가능해 출혈·감염 위험을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실제 과거 내비게이션이나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보다 소요 시간이 30~40분 짧다.
김용찬 병원장은 "로봇 수술은 인대 모양을 확인하고 뼈 절삭 크기를 측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맞춤형 수술은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미 완성된 설계안을 적용하기 때문에 효율적이다"고 했다.
"보급 확대되면 비용 부담 낮아질 것"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기엔 비용 부담 문제가 남아있다.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위해서는 MRI 촬영과 3D 데이터 설계, 프린팅 제작 등이 필요하다. 김용찬 병원장은 "현재는 수술 환자 수가 많지 않아 비용이 다소 높지만, 향후 보급이 확대되면 단가가 낮아질 것"이라며 "로봇 수술보다 초기 장비 투자비가 적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비욜 효율성이 개선될 것이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은 계속해서 더 정밀한 방향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김 병원장은 "지금까지 뼈 절제 정확도 향상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인대 균형 조절까지 정밀하게 구현하는 기술이 병행될 것"이라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수술 결과 역시 한층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