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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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삼일회계법인 홍승환 파트너, 삼일회계법인 정지원 파트너, PwC 컨설팅 석주현 파트너, 리가켐바이오 박세진 사장, 파라택시스코리아 이정규 부사장/사진=정준엽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M&A(인수·합병)가 단순한 자금난 해소 수단을 넘어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는 국내 기업 간 거래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의 거래 또한 활발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리온 리가켐 인수, 핵심은 '자율성' 보장"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5(BIX 2025) '바이오 생존 전략으로서의 M&A' 세션에서는 향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의 M&A 전망과, 원활한 M&A를 위해 필요한 조건 등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화두에 오른 가장 긍정적인 거래 사례는 작년 3월 오리온이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기업 리가켐바이오를 인수한 사례였다. 이 M&A가 이뤄졌을 당시 업계에서는 같은 산업 간 거래도 아닌 데다가 단 4주만에 5500억원 규모의 대형 거래가 성사됐다는 점에서 놀랍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리가켐바이오 박세진 사장에 따르면, 이는 두 회사 간의 이해관계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리가켐바이오는 5년 동안 5개의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자금을 확보한 뒤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금 확보를 위한 M&A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업계에 보수·폐쇄적인 기업이 많아 M&A가 쉽지 않았으나, 이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한 기업이 오리온이었다. 리가켐바이오는 ▲경영 자율성 보장과 ▲일찌감치 양성해 온 후계자들이 안정적으로 경영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 보장 등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고, 오리온은 신규 사업 진출이라는 목표가 있지만 관련 경영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해 해당 조건들을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오리온에서는 대주주로서의 자격만 갖고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지켜보겠다고 했고, 오히려 기존의 경영진들이 오래 일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명확한 양사의 원칙이 딱 맞아떨어져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M&A 많아질 것… 빅파마 직접 인수 기대"
이날 세션에서는 앞으로 기업 간 M&A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인력·제품·지역 확장 등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성장 전략으로 M&A를 선택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삼일회계법인 정지원 파트너는 "M&A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존에 법인세 차손 규정이나 신약 관련 매출액 등과 관련해서 특례를 받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M&A가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기업으로 이전돼 대형 제약사에서 잘 성장하는 것이 이상적인 그림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 간 거래도 좋지만, 글로벌 바이오기업에 합리적인 가치로 인수되고 이후 대형 제약사 내부에서 국내 기업이 만든 기술로 전 세계 환자를 치료하는 흐름이 완성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화이자가 미국 바이오기업 멧세라를 인수해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한 사례를 주목해 볼만 하다. 화이자가 멧세라를 인수하면서 확보했던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은 국내 바이오기업 디앤디파마텍이 발굴 후 개발 중이던 물질을 멧세라에 기술이전한 후보물질이다. 이에 디앤디파마텍이 멧세라에 후보물질 기술이전을 성사시킨 것도 충분히 좋은 성과지만, 회사가 충분히 역량이 되고 자금이 많았다면 화이자가 디앤디파마텍을 직접 인수하는 그림이 나왔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파라택시스코리아 이정규 부사장은 "멧세라가 디앤디파마텍의 기술을 도입해 좋은 가격에 인수된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아쉬운 부분은 있다"며 "다음 단계는 우리나라 기업이 직접 글로벌 대형 제약사에 인수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3년 내에 국내 바이오벤처가 빅파마에 인수돼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출시되거나, 관련 인력이 대형 제약사의 주요 임원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M&A에 대한 인식과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영 전략에 대한 꾸준한 고민과 M&A를 어렵게 만드는 제도의 손질이 함께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정규 부사장은 "그간 국내 M&A가 부실기업 처리를 염두에 두다 보니 법·제도가 의심의 눈초리를 기반으로 무언가를 억제하기 위한 규정이 많다"며 "M&A를 긍정적인 성장 전략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와 M&A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충돌하는 부분을 맞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