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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기준의 약 두 배 수준의 비스페놀A가 검출된 큐라프록스의 ‘베이비 그로우 위드 러브’.​/사진=온라인 리테일 플랫폼 ‘​Care to Beauty​’​ 캡처
유럽에서 판매 중인 일부 아기용 공갈젖꼭지 제품에서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 비스페놀A(BPA)가 검출됐다. 일부 제품은 ‘비스페놀A 무첨가’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유럽연합(EU)의 안전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체코 소비자단체 디테스트(dTest)가 실시한 실험 결과, 필립스·큐라프록스·소피 라 지라프 등 주요 브랜드의 젖꼭지에서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되는 합성 화학물질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유사해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된다. 체내에 흡수되면 호르몬 균형을 교란해 유방암, 전립선암, 자궁내막증, 비만, 당뇨병, 발달장애 등과 연관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영유아는 호르몬 교란에 취약해, 저농도 노출만으로도 성장과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체코·슬로베니아·헝가리 매장에서 제품 19개를 구매하고, 중국 온라인몰 테무에서 포산 새이다(Foshan City Saidah Baby Products) 제조사의 제품 2개를 추가로 확보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영유아의 구강 환경을 모방하기 위해 각 젖꼭지를 섭씨 37도의 인공 타액 용액에 30분간 담근 뒤, 용출된 비스페놀A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총 4개 제품에서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이 중 스위스 기업 큐라프록스(Curaprox)의 ‘베이비 그로우 위드 러브(Baby Grow with Love)’에서는 리터당 19마이크로그램(㎍)이 검출돼, EU 기준치(10㎍/L)의 약 두 배에 달했다. 프랑스 브랜드 소피 라 지라프(Sophie la Girafe)의 천연고무 젖꼭지에서는 3㎍/L, 네덜란드 다국적기업 필립스(Philips)의 ‘아벤트 울트라 에어(Avent Ultra Air)’와 중국산 포산 새이다 제품에서는 각각 2㎍/L의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이들 모두 ‘비스페놀A 무첨가’ 제품으로 판매됐다.


큐라프록스 측은 자체 조사를 거쳐 문제의 제품을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회수하고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소피 라 지라프 제조사 불리(Vulli)는 “해당 제품은 이미 판매 목록에서 제외됐으며, 실험에서 검출된 수치는 규제 기준보다 낮아 유의미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필립스 측은 “모든 젖꼭지 제품군을 재검사한 결과 비스페놀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포산 새이다는 언론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한편, 현재 EU의 공갈젖꼭지 안전 기준은 비스페놀A 용출 한계를 10㎍/L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난감 안전지침에서는 40㎍/L까지 허용하고 있어 규정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U는 2011년부터 아기 젖병에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하고, 2018년부터는 3세 미만 영유아용 식품 용기·병에도 금지 조치를 확대했다. 한국 역시 2011년 젖병, 2018년에는 모든 영유아용 기구·용기·포장재에서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했다.

체코 환경단체 아르니카(Arnika)의 카롤리나 브라브코바 매니저는 “아기들이 장시간 사용하는 젖꼭지에는 규제가 느슨하면서 젖병에는 금지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라며 “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