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센코리아 빌베이캡슐 국내 도입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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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경상국립대병원 서지현 교수, 서울아산병원 오석희 교수, 세브란스병원 고홍 교수/사진=정준엽 기자
희귀 소아 간질환 신약 '빌베이'가 국내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고 출시됐다. 빌베이는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PFIC)로 인한 가려움증 증상 치료를 위한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다. 미국과 유럽에서 2021년 최초 승인된 이후 주요 국가에서 허가됐으며, 국내에서는 2023년 보건복지부의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1호 약제로 선정돼 이달부터 급여 적용이 이뤄졌다. 아시아 국가에서 빌베이가 건강보험에 등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입센코리아는 17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베서더 호텔에서 ‘빌베이캡슐 국내 도입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PFIC는 대부분 소아기에 발병하는 유전성 희귀질환으로, 극심한 가려움증(소양증)과 성장 장애, 간부전 등을 유발한다. 환자와 가족은 수면 부족, 학업 중단, 사회적 고립 등 일상 전반에 걸친 고통을 겪는다. ▲병적 황달 증상을 보이면서 ▲혈액 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보이고 ▲아이보리색 무담즙 대변을 보는 담도폐쇄증과 달리 정상적인 대변을 보인다면 PFIC를 의심할 수 있다.

이번 빌베이의 급여 도입은 기존의 간 이식 등 고위험 치료 외에는 선택지가 없던 환자들에게 비침습적이고 지속 가능한 치료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전문과 오석희 교수는 "간 이식을 많이 하고, 이식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더 나빠지거나 사망 사례도 나오는 등 간 이식이 정답이 아닐 때가 많다"며 "간 이식을 피하면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단체 또한 이번 빌베이의 국내 도입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정진향 사무총장은 "이번 빌베이의 국내 도입은 선진국 수준에 맞게 희귀질환을 장기 이식이 아닌, 약으로 치료하는 치료 패러다임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빌베이의 국내 도입 절차에서 보완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의 의도가 신약의 도입까지 걸리는 기간을 평균 300일에서 150일로 줄이겠다는 의도지만, 실제로 빌베이가 이 제도에 포함됐음에도 국내 도입까지는 2년 이상이 소요됐다는 지적이다. 이는 빌베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희귀질환 신약에서 나타나는 문제로,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빌베이 등 신약의 도입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허가 과정부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고홍 교수는 "초반 허가 과정의 기준을 잡을 때는 식약처가 단독으로 진행하기보다, 식약처·심평원·의료 전문가들이 초기 단계부터 모여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희귀질환은 항암제처럼 효과를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기 때문에 이 부분의 수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