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병이?]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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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는 이집트에서 단안증을 가진 아기가 태어난 적 있는데, 알고 보니 아기 엄마가 임신한 상태에서 방사능에 노출됐다./사진=SLAATI
그리스 신화에는 얼굴 한가운데에 커다란 눈이 박혀 있는 거인이 자주 등장한다. ‘사이클롭스(cyclops)’ 또는 키클롭스로 불리는데, 국내에서는 ‘외눈박이’라 일컫기도 한다. 그런데, 신화 속에만 존재할 것 같은 외형이 오히려 현실을 기반으로 신화에 반영됐다는 설이 있다. 사이클롭스의 모티브가 된 ‘단안증(Cyclopia)’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눈이 한 개, 시력 손실도 있어
눈이 한 개라는 뜻을 가진 ‘단안증’은 실제 존재하는 질환이다. 한양대병원 안과 안성준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약 10만 명당 1명꼴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라면서도 “국내에서도 보고된 사례가 있다”고 했다. 단안증 아이는 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앞을 볼 수 없다. 여러 신체 기형도 겪는다. 특히 코가 없거나, 단안의 윗부분이 붙어있어 호흡 기능에도 문제가 있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분리되지 않고 서로 붙어있는 합지증도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도 입천장 갈림증이나 신장 이형성증(태아 시기 신장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질환) 등이 동반된다.

◇좌뇌·우뇌 분리 과정에 문제 생겨 발생
단안증은 뇌의 이상이 눈에도 나타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뉘며, 그 사이에는 ‘뇌량’이 있어 양쪽을 연결한다. 좌뇌와 우뇌는 태아 발달 과정에서 나뉘는데, 적절히 분리되지 않으면 선천성 뇌기형인 ‘완전전뇌증(Holoprosencephaly)’으로 이어진다. 완전전뇌증은 좌뇌와 우뇌가 얼마나 분리되지 않았는지에 따라 심각도가 다르다. 단안증은 완전전뇌증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에서 나타나며, 이 경우 좌뇌와 우뇌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합쳐져 있다.


완전전뇌증과 그로 인한 단안증은 대부분 유전자 이상에 의해 발병한다. 주로 ‘소닉 헤지호그(Sonic Hedgehog)’라는 유전자에서 문제가 생긴다. 소닉 헤지호그는 신체 기관이 좌우대칭으로 제대로 나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두뇌가 좌우로 분리되지 못하다 보니 눈 역시 제대로 나뉘지 못해 하나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외에도 임산부의 알코올 중독과 흡연 등이 태아의 완전전뇌증 위험을 키워 단안증의 발생률까지 높인다. 태아가 선천성 CMV바이러스(거대세포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도 완전전뇌증으로 이어져 단안증을 일으킬 수 있다. 붓꽃과에 속하는 ‘익시아’라는 꽃의 잎에 든 ‘사이클로파민’이라는 독성 알칼로이드도 단안증 발병 요인 중 하나다. 방사능에 노출돼도 단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16년에는 이집트에서 단안증을 가진 아기가 태어난 적 있는데, 알고 보니 아기 엄마가 임신한 상태에서 방사능에 노출됐다.

◇대부분 태어난 직후 사망
단안증은 임신 중 초음파 검사로 미리 진단할 수 있다. 다만, 단안증을 가진 아기는 대부분 유산 혹은 사산된다. 의학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 Case Reports’에 2021년 보고된 논문에 따르면 단안증을 가진 아기는 태어나도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얼마 안 가 사망한다. 단안증이 나타난 아기 중 6개월 이상 생존했다는 보고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준 교수는 “명확한 예방법이 없다”며 “임신 전 유전자 상담과 위험 요인 회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