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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김경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25% 수준에 그치는 반면, 중국, 인도에 대한 의존도는 50%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유럽, 일본 등과 같이 보건안보 차원에서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2년 1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2023년에도 25.6%에 그쳤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료 수입국이 중국(37.7%)과 인도(12.5%)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 의원은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발생할 경우 필수 의약품 공급이 중단될 수 있는 취약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국가 보건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액은 2024년 기준 4조4000억원으로 전체 의약품의 13.4%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수출용 바이오 품목을 제외하면 실제 비율이 7.8%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이날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니스트에스티 한쌍수 대표는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의 현주소를 지적했다. 그는 “국내 원료의약품은 대다수 중국과 인도에 의존하고 있어, 팬데믹이나 지정학적 갈등 등 변수가 생길 때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며 “실제로 몇몇 주요 성분은 수급 불안으로 의약품 생산 차질까지 발생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원료의약품 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생산 규모 한계로 인한 가격 경쟁력 부족 ▲R&D(연구·개발) 투자 지원 부족 ▲GMP(우수제조관리기준)와 국제 규제 대응 역량 미흡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전략 품목을 선정하고, 해당 품목의 국산화를 위한 R&D 지원과 생산 인프라 확충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원료의약품 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이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에 원료의약품 기업 기준을 신설하는 등 제도적 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된 원료가 국내 제약사에 우선 사용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부여나 공공조달 연계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으로 특정 원료를 자국 내에서 조달하도록 유도하고, EU 또한 ‘유럽 원료의약품 생산 확대 전략’으로 공동 R&D 펀드와 생산설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국가 필수 의약품 원료’를 지정해 정부 보조금으로 생산기반을 유지한다. 한쌍수 대표는 “미국, 유럽, 일본 모두 원료의약품을 단순한 산업 지원 차원이 아니라 보건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제는 전략적 관점에서 원료의약품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3월부터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 국가필수약 68% 약가우대 정책’을 시행했다. 다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신청 제약사와 신청 품목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백종헌 의원은 “정책 유인이 전혀 없다는 증거”라며 “형식적인 제도가 아닌 실질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 의원은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혁신형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 트랙’ 신설·인증을 받은 기업에 R&D 보조금·세제 혜택·규제 특례 등 지원 ▲국내 개발·생산 의약품 사용 우대 ▲정부 차원 ‘원료의약품 육성 로드맵’ 수립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