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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세브란스병원 신경과 하우석·주민경 교수, 신경외과 하윤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진단이 까다로운 ‘뇌척수액 정맥 누공’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했다.

뇌척수액 정맥 누공은 자발성 두개내 저압증의 드문 형태 중 하나로, 뇌를 보호하고 뇌의 압력(두개내압)을 유지하는 뇌척수액이 ‘비정상적인 통로’를 통해 척수 주변의 정맥으로 새나가는 상태를 말한다. 명확한 원인 없이 발생하며, 뇌압이 낮아져 두통·인지기능 저하·보행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특히 일반적인 자발성 두개내 저압증과 달리 MRI에서 정상으로 보일 수 있어, 원인 규명과 치료 모두 어려운 편이다. 실제로 이번에 진료받은 환자 4명 역시 기존의 척추 MRI와 단순 척수 조영술 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본인의 혈액으로 뇌척수액 누출 위치를 막는 자가혈액패취술 등의 치료에도 증상 호전이 없었고, 일부 환자는 뇌압 저하로 인한 경막하출혈로 스스로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도입한 DSM(Digital Subtraction Myelography, 디지털 감산 척수조영술), 그리고 측위 CT 척수 조영술을 활용해 기존 검사법의 한계를 극복했다. DSM은 척수에 조영제를 주입해 뇌척수액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검사로, 누출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


검사 결과, 환자들은 뇌척수액이 새어나가는 부위를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를 통해 뇌압이 회복됐으며, 경막하출혈과 인지기능 저하, 보행장애 증상도 개선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번 치료가 신경과·신경외과 등 여러 전문의가 협력하는 다학제 진료와 실시간 3D 검사기법의 도입으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진단과 치료는 신경과 주민경·하우석 교수, 신경외과 하윤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하우석 교수는 “자발성 두개내압 저하증과 특별한 외상이 없이 발생하는 경막하출혈의 원인 중 하나였던 뇌척수액 척수 누공은 두통, 인지능력 저하 등 심각한 고통을 일으키지만, 기존 진단법으로는 원인 규명이 쉽지 않던 상황”이라며 “병원이 도입한 DSM과 측위 CT 척수 조영술로는 척수액 누출이 발생하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