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준철의 약·잘·알(약 잘 알고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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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우리가 흔히 구입하는 감기약은 몸살약, 콧물약, 코막힘약, 기침약, 가래약 등이 있다. 필요에 맞게 몸살, 목감기약만 따로 구매하는가 하면, 코감기약만 사거나 기침·가래약만 구입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을 함께 복용하거나 종합감기약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감기 증상에 맞게 필요한 약을 사서 먹으면 되는데, 이때 약품 설명서에 적혀있는 주의사항을 간과해선 안 된다. 감기약을 먹을 때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약품 설명서에는 경고 사항이 적혀있다. 감기약의 경우 몸살이나 목감기 증상을 경감시켜줄 목적으로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이 흔히 들어가 있는데, ‘술을 먹고 복용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표시돼 있다. 매일 세잔 이상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간 손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열진통제 성분을 과도하게 먹을 경우에도 간 손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아세트아미노펜 일일 최대 용량(4000mg)을 초과 복용하는 경우다. 통상적으로 몸살약이나 감기약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먹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 외에 중증 피부발진 알레르기 부작용도 아주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평소에 종합감기약을 먹어봤던 사람들은 발생 확률이 거의 없지만, 처음 먹는 사람은 몸살약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코막힘약인 ‘슈도에페드린’에 약물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간혹 있다. 혹시 처음 약을 먹은 후 심한 피부발진이 나타난다면 더 이상 그 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 몸살약이나 감기약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와서 천식이 악화되는 사람도 있다. 피부발진뿐 아니라 정상적인 기침과는 약간 다른 천식성 기침이 심해지는가를 관찰할 필요도 있다.

감기약은 혈압을 올릴 수도 있다. 현재 혈압이 너무 높은 경우에는 감기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 만약 혈압이 160mmHg이 넘는 상태에서 감기약을 먹으면 180mmHg까지 혈압이 상승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다만 평소에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더라도 현재 혈압이 120mmHg 정도로 유지가 잘 되는 사람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감기약으로 혈압이 일시적으로 5~20mmHg정도 상승하더라도 위험한 정도는 아니고 감기 증상 완화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대부분 감기약은 뇌를 억제해서 졸음, 피로, 어지러움이나 인지능력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 감기약을 먹은 뒤 졸린 이유는 콧물이나 재채기에 효과가 있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가 들어가 있기 때문인데, 운전해야 하거나 직장 등에서 위험한 기계를 조작하거나 집중이 필요한 공부·업무 등을 할 경우엔 감기약이 방해될 수 있다. 감기약을 먹으면 약효가 있는 4~5시간 정도 뇌 기능이 방해돼 멍하고 졸리게 된다.

감기약에 들어가 있는 ‘클로르페니라민’, ‘트리프롤리딘’ 같은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항콜린 부작용도 있는데, 구강건조, 시야 흐림, 배변장애(소변), 변비 등이 그 부작용이다. 전립선비대증이 있어서 소변을 보는 데 불편함이 있는 경우 감기약으로 인해 배변 활동이 더욱 불편해질 수 있다. 혹시 소변이 너무 안 나오거나 뚝뚝 끊기거나 잔뇨감이 심해지면 감기약 때문일 수 있으니, 감기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감기약으로 변경해야 한다.


시야가 흐리게 보일 때도 감기약 때문일 수 있는데, 특히 녹내장이 있는 경우에는 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물론 모든 녹내장 환자가 감기약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개방각 녹내장의 경우 감기약으로 안압이 올라가지 않아 걱정할 필요가 없고, 폐쇄각 녹내장 환자들만 주의하면 된다. 녹내장으로 진단받은 적이 있다면 본인이 개방각 녹내장인지 폐쇄각 녹내장인지 알아두고, 폐쇄각 녹내장의 경우에는 병원 진료 후 녹내장에 안 좋은 성분을 뺀 감기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감기약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폐쇄각 녹내장이 있다는 것을 약사에게 알려줘야 한다.

변비약을 먹고 있는 사람들도 감기약을 먹으면 변비가 더 악화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감기약의 1세대 항히스타민제 성분이 장운동을 더욱 느리게 해 변비를 심하게 만드는데, 감기약을 먹고 약효가 나타나는 4~5시간 정도만 그러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변비가 심해질 때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없는 감기약으로 바꾸거나, 변비약 용량을 늘리거나, 변비약을 추가로 먹을 필요가 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 성분은 침 분비를 막아서 입안을 건조하게 만든다. 감기약을 먹으면 이로 인해 구강건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콧물이 줄줄 흐를 때 콧물이 흐르지 않게 막는 약이 침 분비도 막는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구강건조가 심한 경우에는 자일리톨 껌을 씹거나 목캔디 같은 사탕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감기약은 불면증, 불안, 초조, 심장 두근거림, 부정맥 같은 흥분성 부작용을 일시적으로 일으킬 수도 있다. 코막힘 성분인 슈도에페드린 성분과 기침약인 메틸에페드린 성분이 그 원인이다. 비충혈제거제인 슈도에페드린은 코점막의 혈관 수축과 혈류 감소를 유도해 코막힘을 개선해 주는 약인데,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뇌나 심장 쪽에 흥분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침약인 메틸에페드린은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기관지를 확장해 기침을 가라앉히는 성분인데, 뇌나 심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감기약을 먹고 정신이 초조해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부작용이 느껴지면 감기약 때문일 수 있으니, 감기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으로 변경해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감기약을 먹을 때는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관찰하면서 약을 복용해야 한다. 혹시 불편한 점이 느껴지면 일단 복용을 멈추고 해당 부작용이 없는 다른 약으로 바꿔보는 것을 권한다. 다른 약으로 변경하면 부작용이 잘 안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또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관련 성분을 빼고 처방 조제가 가능하므로, 병원에 가서 부작용 경험을 이야기하고 부작용이 안 날만한 약으로 변경·처방받아 복용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