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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세관이 적발한 마약은 총 787kg, 866억 원 규모였다. 2025년에는 불과 7개월 만에 2736kg, 1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연간 추세로 환산하면 전년 대비 물량은 약 6배, 금액은 21배나 폭증한 셈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전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대한민국이 급속히 ‘마약 공화국’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올해 마약 밀수의 폭증은 중남미 지역의 코카인 생산 증가와, 미국·유럽의 국경 단속 강화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국제 마약 조직이 동아시아를 새로운 판로로 삼고 있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우리나라 항만을 통한 밀반입 사례가 급증하면서 세관의 적발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마약청정국(Drug-free country)’이라는 표현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인정하는 공식 개념은 아니다. 다만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을 넘으면 확산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이미 그 기준을 훌쩍 넘어섰다. 대검찰청의 ‘2024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2만 3022명으로 1985년(1190명)에 비해 약 20배 늘었다. 또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검거되지 않은 마약사범의 비율, 이른바 ‘암수율(暗數率)’을 28배로 추산한다. 이 수치를 적용하면 국내 마약류 사용자는 지난해 기준 약 64만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5년 인구 10만 명당 23.1명에서 2024년에는 44.7명으로, ‘청정국’ 기준선을 두 배 가까이 넘어섰다. 이제 ‘마약청정국’이라는 표현은 우리 사회의 현실과 동떨어진 말이 됐다.

최근 5년간 검거된 마약사범 중 10대와 20대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전체의 38.74%를 차지했다. 청소년의 뇌는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자극에 매우 취약하다. 연구에 따르면, 마약에 노출될 경우 성인보다 최대 7배 더 심각한 뇌 손상을 입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처럼 청소년기의 마약 노출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뇌의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심각한 병리적 과정이다. 마약 자극이 반복될수록 보상의 회로는 왜곡되고, 뇌는 그 경험을 의존의 기억으로 저장한다. 결국 이는 평생 벗어나기 어려운 의존의 길로 이어진다.


물론 한 번 형성된 의존의 회로는 세대를 막론하고 회복이 어렵다. 그렇기에 예방과 치료는 특정 세대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공동 책임이다.

마약은 약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취약한 사회의 문제다. 청소년과 청년 세대의 불안, 경쟁의 피로, 그리고 관계의 단절이 깊어질수록 마약은 그 틈을 파고든다. 마약은 불행의 원인이아니라, 이미 불행해진 사회의 결과다.

마약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사회 전체의 회복력을 무너뜨리는, 보이지 않는 파국적 재난이다. 따라서 단속과 예방, 그리고 치료는 하나의 축으로 함께 가야 한다.

마약 밀반입이 급증한 지금, 국가의 대응은 강력하고 치밀한 ‘응급 대응’ 수준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마약 단속에는 단 한 점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 공백은 곧 국민의 생명선이 끊어지는 시간이다. 지금 막지 못하면 늦는다. 그 첫걸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온 대응 역량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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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마약 대응 체계는 국민의 생명선을 지키는 응급실이자, 사회의 정신적 회복력을 지켜내는 최전방이다.


(*이 칼럼은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