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뇌전증 명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서대원 교수
의사나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선택지가 많은 것만큼 반가운 일이 없다. 약이 병마(病魔)와의 전투에 필요한 무기라고 치면, 전투에 나서는 군인에게 다양한 무기가 주어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뇌전증은 ‘쓸 수 있는 무기가 많은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3세대에 이르기까지 20여개의 약물이 개발된 데다,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되는 시술·수술도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많은 약제 수에 비해 사용이 좀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약가, 보험 제도 등과 연관이 있다. 심지어 한국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외국에서 일찌감치 허가돼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는 국내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약가, 급여 등의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서울병원 서대원 교수를 만나 뇌전증 증상·치료법 등에 대해 들었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많은 약제 수에 비해 사용이 좀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약가, 보험 제도 등과 연관이 있다. 심지어 한국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외국에서 일찌감치 허가돼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는 국내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약가, 급여 등의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서울병원 서대원 교수를 만나 뇌전증 증상·치료법 등에 대해 들었다.

-뇌전증 발병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발병률을 보면 2009년 인구 10만명당 28.7명에서 2017년 35.4명으로 늘었다. 특히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70~80대 고령 환자가 크게 증가했다. 질환에 대한 인식 변화도 영향을 줬다. 뇌전증 증상을 인지하고 치료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 진단·치료받는다. 이외에도 뇌전증을 진료하는 전문 인력과 의료시설의 증가, 치료 약물의 발전, 제도 개선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인구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발작 증세가 매우 다양한데?
“발작은 뇌 신경 세포의 과도한 흥분이나 연결이 잘못돼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다. 뇌의 국소부위에서 시작되는 국소 발작과 뇌의 전체부위에서 시작되는 전체발작으로 구분되며, 국소발작에서 전체로 퍼지는 이행발작도 있다. 국소발작은 의식 소실 여부에 따라 의식소실발작, 의식보전발작으로 나누며, 전체발작은 소발작과 강직간대발작으로 구분된다. 한 명의 환자에게 의식보존발작, 의식소실발작, 강직간대이행발작 등 여러 유형의 발작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가장 많이 확인되는 발작은 국소발작 중 의식소실발작이다. 고개 돌림, 입맛 다심, 표정변화, 몸 비틂, 뻣뻣해짐, 힘 빠짐, 발차기 등 얼굴, 팔, 다리의 다양한 움직임이 상황에 맞지 않게 나타나고 반복되며, 아무 동작 없이 정지 상태로 의식만 소실되기도 한다.”
-발작 증세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나?
“발병률을 보면 2009년 인구 10만명당 28.7명에서 2017년 35.4명으로 늘었다. 특히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70~80대 고령 환자가 크게 증가했다. 질환에 대한 인식 변화도 영향을 줬다. 뇌전증 증상을 인지하고 치료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 진단·치료받는다. 이외에도 뇌전증을 진료하는 전문 인력과 의료시설의 증가, 치료 약물의 발전, 제도 개선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인구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발작 증세가 매우 다양한데?
“발작은 뇌 신경 세포의 과도한 흥분이나 연결이 잘못돼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다. 뇌의 국소부위에서 시작되는 국소 발작과 뇌의 전체부위에서 시작되는 전체발작으로 구분되며, 국소발작에서 전체로 퍼지는 이행발작도 있다. 국소발작은 의식 소실 여부에 따라 의식소실발작, 의식보전발작으로 나누며, 전체발작은 소발작과 강직간대발작으로 구분된다. 한 명의 환자에게 의식보존발작, 의식소실발작, 강직간대이행발작 등 여러 유형의 발작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가장 많이 확인되는 발작은 국소발작 중 의식소실발작이다. 고개 돌림, 입맛 다심, 표정변화, 몸 비틂, 뻣뻣해짐, 힘 빠짐, 발차기 등 얼굴, 팔, 다리의 다양한 움직임이 상황에 맞지 않게 나타나고 반복되며, 아무 동작 없이 정지 상태로 의식만 소실되기도 한다.”
-발작 증세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나?
“국소발작 중 의식소실발작의 경우, 또는 국소발작이 의식과 관련된 부위에 전파돼 반응도가 떨어진 경우엔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좌측 측두엽뇌전증에서 해마에 국한해 발작이 발생한다면, 발작이 종료된 후 발작 동안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 뇌에서는 발작파가 진행하는데 환자가 임상적으로 느끼거나 보이는 소견이 없는 경우도 있으며, 수면 중 발생한 발작 증세를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노인의 경우 일시적으로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기억을 잃고 말을 못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발작 증세로 인해 사망할 위험은?
“5분 이상 발작이 멈추지 않거나, 연달아 발작이 발생해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뇌전증 지속상태’가 되면 장기부전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고, 발작으로 인한 폐렴이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하기도 한다. 낙상이나 익사, 질식 등 발작에 따른 사고사 위험도 있다. 이밖에 돌연사, 자살도 뇌전증 환자의 사망 원인 중 하나다.”
-뇌전증 때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는 건가?
“안타깝게도 자살로 사망하는 비율이 꽤 된다. 뇌전증 환자 중 약 7.2%가 교통사고나 낙상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이 중 자살이 36% 정도를 차지한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할까?
“혈액 검사, 뇌파 검사, MRI 검사 등 세 가지 검사를 진행한다. 혈액 검사는 면역 기능을 포함한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뇌파 검사는 뇌의 전기적 이상을 보기 위해 시행한다. 특히 발작 당시 뇌파의 양상을 확인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MRI는 뇌의 구조를 보는 거다. 미세병변까지 자세히 확인하려면 일반 MRI보다 해상도가 높은 MRI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다만, 아직 뇌 MRI만으로 모든 원인을 찾을 수는 없다.”
-뇌전증 환자는 MRI검사에서 어떤 소견을 보이나?
“우선 환자의 발작 증세가 어디서 시작해 어떻게 전파되는지 자세히 확인한 후, 증세가 발생하는 뇌 부위의 이상 여부를 파악한다. 주로 관찰되는 소견으로는 측두엽 내측에 위치한 해마의 위축, 대뇌 피질의 국소피질형성 기형, 해면상 혈관종을 비롯한 다양한 혈관기형, 피질의 국소 석회화병변, 이배엽성신경상피종을 비롯한 다양한 양성 뇌종양, 뇌손상과 관련된 피질연화증, 선천성 허혈상태로 발생한 뇌병변, 노인에서 뇌졸중 등이 있다.”
-발작 증세로 인해 사망할 위험은?
“5분 이상 발작이 멈추지 않거나, 연달아 발작이 발생해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뇌전증 지속상태’가 되면 장기부전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고, 발작으로 인한 폐렴이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하기도 한다. 낙상이나 익사, 질식 등 발작에 따른 사고사 위험도 있다. 이밖에 돌연사, 자살도 뇌전증 환자의 사망 원인 중 하나다.”
-뇌전증 때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는 건가?
“안타깝게도 자살로 사망하는 비율이 꽤 된다. 뇌전증 환자 중 약 7.2%가 교통사고나 낙상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이 중 자살이 36% 정도를 차지한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할까?
“혈액 검사, 뇌파 검사, MRI 검사 등 세 가지 검사를 진행한다. 혈액 검사는 면역 기능을 포함한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뇌파 검사는 뇌의 전기적 이상을 보기 위해 시행한다. 특히 발작 당시 뇌파의 양상을 확인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MRI는 뇌의 구조를 보는 거다. 미세병변까지 자세히 확인하려면 일반 MRI보다 해상도가 높은 MRI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다만, 아직 뇌 MRI만으로 모든 원인을 찾을 수는 없다.”
-뇌전증 환자는 MRI검사에서 어떤 소견을 보이나?
“우선 환자의 발작 증세가 어디서 시작해 어떻게 전파되는지 자세히 확인한 후, 증세가 발생하는 뇌 부위의 이상 여부를 파악한다. 주로 관찰되는 소견으로는 측두엽 내측에 위치한 해마의 위축, 대뇌 피질의 국소피질형성 기형, 해면상 혈관종을 비롯한 다양한 혈관기형, 피질의 국소 석회화병변, 이배엽성신경상피종을 비롯한 다양한 양성 뇌종양, 뇌손상과 관련된 피질연화증, 선천성 허혈상태로 발생한 뇌병변, 노인에서 뇌졸중 등이 있다.”

-3세대 뇌전증 치료제와 1·2세대 치료제의 차이는?
“1세대 약물은 부작용이 매우 심했고, 2세대 약물은 그런 부작용들을 완화했다. 3세대 약물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작용 기전의 획기적인 개선, 두 번째는 주 1회 복용으로의 약동학적 발전, 세 번째는 특정 뇌전증증후군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다만, 약가와 급여 등의 문제로 인해 좋은 약제들이 아직 우리나라에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약효를 보려면 얼마나 오래 복용해야 하나?
“뇌전증 약은 감기약처럼 금방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다. 매달 나타났던 발작 증세가 1~2년씩 나타나지 않아야 약효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1년에 한 번 발작 증세를 보이거나, 명확한 발작 회수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뇌전증 치료는 일단 발작 진행을 막고, 발작으로 인한 손상의 위험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상적인 사회·가정생활을 유지하면서, 복용량을 점차 줄여가는 것이다. 단순히 기간을 정하면 환자가 임의로 완치 여부를 판단해 약 복용을 중단하고, 증상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
-약제 선택 시 고려사항은?
“현재 25가지 이상의 항발작약제가 있다. 약제를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환자의 특성이다. 연령, 성별, 직업, 그리고 발작의 유형과 빈도, 뇌전증의 종류, 뇌전증증후 군, 뇌전증의 원인, 뇌전증으로 인한 동반질환 등을 고려한다. 다음은 약물의 특성이다. 약동학적 약력학적 특성을 포함한 작용 기전, 효과, 부작용, 제형, 용량, 가격까지 모두 고려한다. 끝으로 뇌전증 치료 경험에 대한 증례보고, 분석연구, 학회지침, 전문가 의견을 참고한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제, 용량, 용법을 결정한다.”
-언제 약 복용량을 늘려야 하나?
“치료를 시작한 후 환자의 경과 보면서 용량을 변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발 위험도가 높거나, 연속발작을 보일 경우 빠르게 용량을 높인다. 약 복용에도 효과를 보이지 않는 약물저항성 뇌전증의 경우 복용 약제의 혈중 농도를 측정해 적정 용량인지 확인하고,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용량을 늘려야 한다. 다만 현재 보험규정에는 허가 용량 이외에는 모두 삭감처리해서 추가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다. 기준이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국산 뇌전증 신약과 관련해 코리아 패싱 문제가 제기되는데?
“우리나라는 신약 가격을 기존 약제의 가격과 비교해 책정한다. 이러한 방식의 신약 경제성 평가는 약 개발을 위함 임상 연구비와 노고의 대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약가가 깎이면 다른 나라에서도 약가를 낮추려 할 텐데 기업들이 약을 들여오려고 하겠나. 이런 문제 때문에 국내 환자들은 새로운 치료제가 나와도 외면 받는 상황이다. 응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신약을 도입해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하루빨리 정책이 개선됐으면 한다.”
-시술·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약물 저항성이 확인되면 시술·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은 개두술을 통해 발작과 연관된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과 발작 전파를 막는 뇌량절제술 등이 있다. 시술은 전기 자극을 이용해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잘못 연결된 신경 세포를 조절한다. 앞으로 새로운 시술법이 개발되고 경험이 쌓인다면 뇌전증 치료 분야에서 시술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시술·수술을 받아도 약 복용과 생활 관리는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끝으로 뇌전증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인간이 느끼고, 생각하고, 움직이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약 1000억개의 뇌 세포가 서로 소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1% 정도는 연결과 흥분의 문제가 나타나고, 발작 증세를 보이게 된다. 이로 인해 어려움이 생겼어도, 다양한 약물 치료와 시술·수술 치료법이 있는 만큼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목표로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 받기 바란다.”
서대원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에서 뇌전증, 어지럼증, 두통 등을 진료하며, 뇌신경센터장을 맡고 있다. 대한뇌전증학회 이사장, 대한신경학회 이사장(차기) 등 국내 주요 학회 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서 교수는 뇌전증과 수술중신경계감시를 포함한 임상신경생리 분야의 권위자다. ‘알기 쉬운 뇌파’ 등 10권 이상의 저서를 집필했고, 최근 출간된 ‘임상뇌전증학(4판)’의 편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1세대 약물은 부작용이 매우 심했고, 2세대 약물은 그런 부작용들을 완화했다. 3세대 약물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작용 기전의 획기적인 개선, 두 번째는 주 1회 복용으로의 약동학적 발전, 세 번째는 특정 뇌전증증후군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다만, 약가와 급여 등의 문제로 인해 좋은 약제들이 아직 우리나라에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약효를 보려면 얼마나 오래 복용해야 하나?
“뇌전증 약은 감기약처럼 금방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다. 매달 나타났던 발작 증세가 1~2년씩 나타나지 않아야 약효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1년에 한 번 발작 증세를 보이거나, 명확한 발작 회수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뇌전증 치료는 일단 발작 진행을 막고, 발작으로 인한 손상의 위험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상적인 사회·가정생활을 유지하면서, 복용량을 점차 줄여가는 것이다. 단순히 기간을 정하면 환자가 임의로 완치 여부를 판단해 약 복용을 중단하고, 증상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
-약제 선택 시 고려사항은?
“현재 25가지 이상의 항발작약제가 있다. 약제를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환자의 특성이다. 연령, 성별, 직업, 그리고 발작의 유형과 빈도, 뇌전증의 종류, 뇌전증증후 군, 뇌전증의 원인, 뇌전증으로 인한 동반질환 등을 고려한다. 다음은 약물의 특성이다. 약동학적 약력학적 특성을 포함한 작용 기전, 효과, 부작용, 제형, 용량, 가격까지 모두 고려한다. 끝으로 뇌전증 치료 경험에 대한 증례보고, 분석연구, 학회지침, 전문가 의견을 참고한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제, 용량, 용법을 결정한다.”
-언제 약 복용량을 늘려야 하나?
“치료를 시작한 후 환자의 경과 보면서 용량을 변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발 위험도가 높거나, 연속발작을 보일 경우 빠르게 용량을 높인다. 약 복용에도 효과를 보이지 않는 약물저항성 뇌전증의 경우 복용 약제의 혈중 농도를 측정해 적정 용량인지 확인하고,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용량을 늘려야 한다. 다만 현재 보험규정에는 허가 용량 이외에는 모두 삭감처리해서 추가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다. 기준이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국산 뇌전증 신약과 관련해 코리아 패싱 문제가 제기되는데?
“우리나라는 신약 가격을 기존 약제의 가격과 비교해 책정한다. 이러한 방식의 신약 경제성 평가는 약 개발을 위함 임상 연구비와 노고의 대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약가가 깎이면 다른 나라에서도 약가를 낮추려 할 텐데 기업들이 약을 들여오려고 하겠나. 이런 문제 때문에 국내 환자들은 새로운 치료제가 나와도 외면 받는 상황이다. 응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신약을 도입해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하루빨리 정책이 개선됐으면 한다.”
-시술·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약물 저항성이 확인되면 시술·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은 개두술을 통해 발작과 연관된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과 발작 전파를 막는 뇌량절제술 등이 있다. 시술은 전기 자극을 이용해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잘못 연결된 신경 세포를 조절한다. 앞으로 새로운 시술법이 개발되고 경험이 쌓인다면 뇌전증 치료 분야에서 시술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시술·수술을 받아도 약 복용과 생활 관리는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끝으로 뇌전증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인간이 느끼고, 생각하고, 움직이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약 1000억개의 뇌 세포가 서로 소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1% 정도는 연결과 흥분의 문제가 나타나고, 발작 증세를 보이게 된다. 이로 인해 어려움이 생겼어도, 다양한 약물 치료와 시술·수술 치료법이 있는 만큼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목표로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 받기 바란다.”
서대원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에서 뇌전증, 어지럼증, 두통 등을 진료하며, 뇌신경센터장을 맡고 있다. 대한뇌전증학회 이사장, 대한신경학회 이사장(차기) 등 국내 주요 학회 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서 교수는 뇌전증과 수술중신경계감시를 포함한 임상신경생리 분야의 권위자다. ‘알기 쉬운 뇌파’ 등 10권 이상의 저서를 집필했고, 최근 출간된 ‘임상뇌전증학(4판)’의 편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