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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방귀 소리가 크다면 항문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유독 방귀 소리가 큰 사람들이 있다. 방귀는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지만, 소리의 크기나 빈도, 냄새에는 개인차가 크다. 단순히 먹은 음식 때문만은 아니다. 항문 건강 상태나 소화기 질환과도 관련 있을 수 있다. 방귀 소리와 건강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방귀 소리 크기, 항문 질환과 관련 있을 수도
방귀 소리는 장에서 발생한 가스가 항문을 통과할 때 항문 주위 근육(특히 괄약근)과 조직이 진동하며 나는 소리다. 이때 항문의 탄력, 긴장도, 주변 조직의 상태에 따라 소리의 크기나 성질이 달라진다. 가스의 양이 많거나 배출 압력이 강할수록 소리가 커질 수 있지만, 치질(치핵) 등 항문 질환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항문 질환이 있으면 가스가 나오는 통로가 좁아져 마찰음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질이나 만성 항문 열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들의 항문 괄약근 압력이 일반인보다 높게 측정됐다. 이는 괄약근이 과도하게 긴장된 상태임을 의미하며, 좁은 틈을 빠져나오는 가스가 큰 소리를 내는 원인이 된다. 치핵으로 항문 주위가 좁아지거나 부어 있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평소보다 방귀 소리가 커지고 항문 통증, 출혈, 가려움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치질 등 항문 질환을 의심해 전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방귀 소리 과하게 작다면 괄약근 기능 저하 의심
반대로 방귀 소리가 유난히 작아지거나 가스가 새듯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항문 괄약근의 조절 능력 저하와 관련이 있다. 일부는 공공장소 등에서 의도적으로 괄약근을 천천히 이완시켜 조용히 뀌는 경우지만, 질환으로 인해 괄약근 기능이 약화된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염, 치루(항문 주위 고름집), 직장암, 방사선 치료 후유증 등은 괄약근의 신경·근육 기능을 손상시켜 방귀를 조절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노화, 신경 손상, 수술 후 구조 변화 등도 유사한 영향을 준다. 실제로 영국의 한 연구에서도 괄약근 기능 저하와 직장 감각 이상이 방귀 소리 감소·가스 누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가스 배출량 자체가 적어 방귀 소리가 작아질 수도 있지만, 방귀가 자주 새거나 변 습관 변화, 항문 통증이 함께 나타난다면 항문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방귀 소리, 냄새·빈도와는 별개
흔히 방귀 소리가 크면 냄새가 덜 나고, 소리가 작으면 냄새가 더 독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속설이다. 방귀의 냄새는 주로 음식물 종류와 장내 세균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즐겨 먹으면 대장 내 혐기성 세균이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황화수소·암모니아 등 악취 물질을 만든다. 또한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깨져 유해균이 늘면 냄새가 심해지고, 변비가 있을 경우 직장에 오래 머문 대변에서 악취가 섞이기도 한다. 방귀 빈도 또한 소리와는 무관하다. 음식 섭취 시 삼킨 공기량이 많을수록 가스 배출이 잦아지는데, 급하게 먹거나 음식을 씹으며 말을 많이 할 때, 탄산음료를 자주 마실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도 원인이다. 위에서 음식물과 공기가 분리되는 과정이 방해받아 장내 가스가 더 쉽게 쌓이기 때문이다.

한편, 방귀를 오래 참으면 안 된다. 장내 가스가 축적돼 복부 팽만과 변비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가스는 혈액으로 흡수돼 숨 쉴 때 배출되지만, 대부분은 장 안에 머문다. 이때 장내 질소 가스가 늘면 대장이 팽창하면서 장운동이 둔화되고, 배변이 불규칙해진다. 이로 인해 변비나 복통, 소화불량이 생기기도 한다. 방귀를 참지 말고 배출해야 변비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