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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무당 음료가 오히려 간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당·무당 음료가 오히려 간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과 옥스퍼드대 공동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성인 12만3788명의 건강 데이터를 평균 10.3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 시작 당시 참가자들은 모두 간 질환이 없는 상태였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24시간 식이 설문을 반복적으로 분석해, 가당 음료와 저당·무당 음료의 섭취량을 산출했다.

이후 음료 섭취량과 대사기능 관련 지방간 질환 발생률, 간 내 지방량, 간 관련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위험비’를 이용해 평가했다. 위험비는 특정 요인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질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통계 지표다.

그 결과, 저당·무당 음료와 일반 가당 음료 모두 간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250g(약 한 캔) 이상 마신 사람의 경우, 저당·무당 음료를 섭취한 그룹은 대사기능 관련 지방간 질환 발병 위험이 60%, 가당 음료를 마신 그룹은 50% 높았다.


이런 통계적 경향은 실제 추적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10년 동안 1178명이 새롭게 질환 진단을 받았고, 108명은 간 질환으로 사망했다. 특히 저당·무당 음료 섭취는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와도 관련이 있었다. 두 음료 모두 섭취량이 많을수록 간 내 지방 축적이 많은 경향을 보였다.

류 박사는 “가당 음료는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저당·무당 음료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선택’으로 여겨져 왔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인식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과는 인공감미료 음료가 간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경고하는 신호로, 앞으로 유전적·무작위 연구를 통해 생물학적 기전을 보다 명확히 규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대사기능 관련 지방간 질환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도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는 병이다. 지방이 쌓이면 간에 염증이 생기고, 악화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주된 원인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인슐린 저항성 등이며 대부분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에서 비롯된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피로감이나 오른쪽 윗배의 불편감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의 핵심은 체중 감량과 식습관 개선으로, 가공식품과 단 음료를 줄이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이번 연구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소화기학회 학술대회(UEG Week)’에서 최근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