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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트 다형피부증이 나타난 환자./사진=Australian Journal of General Practice
향수를 목에 직접 뿌리는 습관이 피부에 손상을 입힐 수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향수 속 일부 성분이 자외선과 반응해, 피부에 만성적인 색소 병변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의 피부과 전문의이자 피부 관리사로 활동 중인 제임스 비비안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향수를 목에 분사하는 습관이 ‘시바트 다형피부증’이라는 만성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만난 한 환자 사례를 언급하며 “목 옆 피부에 붉은 갈색 색소 침착이 뚜렷했는데, 평소 향수를 뿌리던 부위와 정확히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수 속 광감작(형광 물질 때문에 빛에 대한 감도가 높아지는 현상) 성분이 자외선과 결합해 피부를 더 민감하게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색소 침착, 실핏줄 확장, 피부 얇아짐 같은 변화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햇빛이 직접 닿는 목이나 쇄골 주변에는 향수를 분사하지 말고, 옷 위나 머리카락, 손목 안쪽처럼 비교적 덜 노출되는 부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시바트 다형피부증은 목과 가슴 윗부분에 붉은색 또는 갈색의 반점, 모세혈관 확장, 표피 위축 등이 뒤섞여 나타나는 만성 피부 질환이다. 1923년 프랑스 피부과 의사 아킬 시바트에 의해 처음 보고됐다. 주로 햇빛에 많이 노출되는 중장년 여성에게서 발견된다. 피부가 얇고 밝은 사람, 폐경기 이후 여성일수록 위험이 크다는 보고도 있다. 통증은 거의 없지만, 한 번 병변이 생기면 오랜 기간 색소 침착이 남아 미용상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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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의 피부과 전문의 제임스 비비안이 향수를 목에 직접 뿌리는 습관이 피부에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사진=제임스 비비안 인스타그램
주요 원인은 자외선 노출이다. 여기에 향수나 화장품에 포함된 광감작 성분이 햇빛과 반응할 경우, 피부가 더 민감해지고 병변이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 그리스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시바트 다형피부증 환자의 일부는 향료나 보존제 등에 대한 접촉 과민 반응을 보였으며, 이러한 성분이 자외선과 결합하면 피부에 만성 염증과 색소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외에도 폐경기 전후의 호르몬 변화, 유전적 소인, 장기간 햇빛 노출, 광과민성 접촉 피부염 등이 유발 요인으로 알려졌다.


시바트 다형피부증은 한 번 병변이 생기면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예방이 중요하다. 자외선 차단제를 목과 가슴 상단까지 꼼꼼히 바르고, 햇빛 노출이 많은 부위에 향수나 자극적인 화장품 사용을 피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미 병변이 생긴 경우에는 IPL(Intense Pulsed Light)이나 레이저 시술, 미백제, 레티노이드 성분의 국소 치료제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 효과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비비안은 “레이저나 IPL 시술로 어느 정도 개선은 가능하지만, 이미 생긴 색소 병변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어렵다”며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결국 예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