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묻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영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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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영효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암을 진단받았는데, 의사가 “수술로 종양만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하면 그나마 희소식이다. 특히 방광암이 그렇다. 환자가 수술을 막연히 무서워하는 것은 수술이 왜 필요한지, 했을 때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정확히 몰라서일 때가 많다. 이에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영효 교수에게 방광암 의심 증상과 수술법에 관해 물었다. 내시경을 이용한 방광 종양 절제술(경요도방광종양절제술), 방광 내 약물 주입 치료, 단일공 로봇을 이용한 방광 절제술, 복강 내 요로 전환술 등 수술적 치료를 필두로 다양한 방광암 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당사자다.

- 방광암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통증 없는 혈뇨다. 방광염이나 요로 결석 등 혈뇨가 나타날 수 있는 다른 질환은 보통 소변을 눌 때 통증이 동반된다. 그러나 방광암으로 인해 혈뇨가 나올 때에는 통증이 없다. 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도 아프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혈뇨는 소변을 눌 때마다 나올 수도 있고, 간헐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겉보기에는 소변이 새빨갛지 않더라도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혈뇨일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소변 검사를 받아야 한다.”​

- 주로 어떤 검사로 진단되나?
“​국가 건강 검진에서 하는 소변 검사에서 혈뇨 소견이 나왔거나 초음파 검사에서 방광에 종물이 보인대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다른 검사로는 소변을 이용한 종양 표지 검사와 세포 검사가 있는데, 종양 표지 검사는 위양성이 많아 양성이 나왔대서 반드시 암은 아니다. 반대로 세포 검사는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가 아니라면 암이 있어도 검사상 문제가 없을 때가 많다.


방광암을 확진하는 가장 정확한 검사는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하는 방광 내시경 검사다. 영상 검사에서는 암이 덩어리 모양으로 보일 뿐이지만, 내시경으로 보며 형태와 크기, 위치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요즘은 부드럽게 휘어지는 연성 내시경을 사용하는데다가 여성은 요도가 짧아 대부분 통증을 크게 호소하지 않는다. 다만, 남성은 요도가 길어 아파하기도 한다. 이에 거의 부분 마취를 하고 시행한다.”​

- 조기 발견을 위해서 어떤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게 좋을까?
“​방광 내시경 검사가 소변 검사만큼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검사는 아니니, 소변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게 더 효율적이다. 소변 검사에서 혈뇨 소견을 받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꼭 비뇨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흡연자나 방광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 같은 고위험군은 초음파 검사 등 영상 검사를 추가로 더 받아도 된다. 이것만으로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4~5년 간격으로 방광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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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영효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 방광암의 가장 핵심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내시경 수술로 제거 가능한 종양이라면, 수술로 최대한 제거하고서 필요한 경우 항암 치료를 한다. 주로 방광암 초기라 암이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국한될 때 가능하다. 암이 진행돼 방광 근육층을 침범한 후부터는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내시경 수술로 암을 도려내다가는 방광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암이 깊게 침투했다면,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인 다음에 내시경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암을 다 없애기 어렵다면 방광을 들어내는 근치적 방광 절제술을 고려해봐야 한다. 암세포가 방광을 넘어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퍼졌다면 수술보다는 항암치료와 면역치료 등을 시행한다.

다행히 환자의 70~80%는 암이 근육층을 침범하기 전에 방광암을 진단받는다. 이에 5년 생존율은 90%가 넘는다. 웬만하면 내시경 수술로 종양만 완전히 절제해낼 수 있지만, 재발이 쉬운 게 문제다. 방광암 치료는 잡초 뽑는 일과 비슷하다. 잡초를 뽑아도 또 자라듯이, 방광암이 한 번 생긴 사람은 이미 방광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에 완치 후에도 암이 또 생기기 쉽다. 종양을 절제한 후에도 치료를 일정 기간 받아야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한 항암 치료는 어떻게 하나?
“​방광암은 암세포 등급, 종양 개수, 크기와 모양 등에 따라 저위험, 중간 위험, 고위험으로 나뉜다. 저위험군은 재발 확률이 낮아 방광 내 약물 주입 치료를 하지 않고, 중간 위험군과 고위험군일 때 한다. 방광 내 약물치료에는 결핵균 유래 BCG 백신과 마이코톡신C·젬시타빈·독소루비신 등 항암제가 쓰인다. 넷 다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

약제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술 후 일주일에 1회씩, 총 6회를 6주에 걸쳐 시행한다. 3개월 후 방광 내시경 검사를 했을 때 재발이 확인되지 않으면 유지 요법으로 주에 1번씩, 총 3번 약물을 주입한다. 이후 3개월이 지난 시기에 방광 내시경 검사를 한 번 더 하고, 재발이 없으면 또 유지 요법을 되풀이한다. 이렇게 해서 중간 위험군은 최소 12개월, 고위험군은 36개월까지 치료한다.”​

- 수술이 어려워 방사선 치료를 할 때, 부작용은 어떻게 줄이나? 
“​암이 방광 곳곳에, 깊게 자리 잡아서 근치적 방광 절제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방광을 들어내야 하는데, 환자가 지나치게 고령인 등의 이유로 수술이 어려워서 방광을 그냥 둬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고강도로 한다.

방사선 치료로 암이 죽긴 하나 방광에도 손상이 가서 혈뇨, 방사선염, 빈뇨, 직장 출혈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나마 부작용을 줄이려면 치료 전에 물을 마셔 방광을 팽창시켜서, 방광만 방사선을 골고루 쬐고 주변 조직에 방사선이 덜 가게 하는 것이 좋다. 치료 전에 직장에 찬 가스나 변을 비워서 직장을 수축시키는 것도 도움된다.”​


- 방광으로 암이 상당히 침투해 종양만 절제하기 어려운 경우엔 어떡하나?
“​방광과 방광 주변 조직을 들어내는 근치적 방광 절제술이 필요할 수 있다. 여성은 자궁·질벽·난소를, 남성은 전립선을 방광과 함께 절제한다. 남녀 모두 골반 림프절도 절제한다. 절제 범위가 넓은 이유는 방광에서 시작된 암이 주변 조직으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다만, 환자의 몸 상태를 봐가며 전립선, 난소·자궁·질을 살리고 방광만 절제하는 때도 있기는 하다. 방광암이 근육을 침범했지만, 범위가 넓지 않아 내시경으로 거의 제거하고서 항암 치료로 남은 암을 대부분 없앴을 때가 대표적이다. 완치하려면 원칙적으로는 방광을 들어내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환자 불편함이 커지니 일단 방광을 두고 지켜보는 예도 있다.

어쩔 수 없이 방광을 절제했다면, 방광이 사라지며 함께 없어진 요로(소변길)를 다른 것으로 바꿔주는 요로 전환술을 받을 수 있다. 콩팥에서 내려오는 요관에다가 소장을 10cm가량 뗀 것을 연결하고, 장의 다른 쪽 끝을 배 바깥으로 약간 빼내는 것이다. 삐져나온 장에 주머니를 차서 소변을 받게 된다. 인공 방광을 만들 수도 있다. 소장을 50~60cm 정도 잘라서 공 모양으로 둥글게 만든 다음, 여기다 요관과 요도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인공 방광은 소변을 모을 수는 있지만, 실제 방광이 있을 때처럼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들진 않으며 소변을 배출하는 배뇨 기능도 없다. 이에 주기적으로 화장실에 가서 복압으로 인공 방광 속 소변을 짜 주는 방식으로 소변을 누게 된다.”​

- 손으로 하는 수술 말고, 로봇 수술이 더 좋은 경우는?
“​방광을 들어내는 수술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는데, 치료하다 보면 결국 방광 절제가 필요해지는 때가 있다. 이런 환자들은 항암 치료에 병행한 방사선 치료의 여파로 방광이 주변 조직들에 들러붙어 있다. 방광을 들어내려다 다른 장기가 다칠 수 있다. 이때 로봇을 이용하면 최대한 깔끔하게 수술할 수 있다.”​

- 방광암 치료 도중이나 치료 후에 꼭 지켜야 할 건강 관리법은?
“​물을 충분히 마셔서 방광 속의 유해 물질을 희석하고, 소변으로 배출해야 한다.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반드시 정기적인 방광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재발이 없는 상태로 몇 년 지속되면 귀찮아서 주치의가 검사를 받으러 다시 오라고 했는데도 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언제라도 재발할 위험은 있다. 재발 없이 살다가 10년 후에 재발한 경우도 봤고, 방광 내 약물치료를 해도 재발해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1년에 세 차례 하는 사례도 봤다. 꼭 병원에 주기적으로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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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영효 교수​/사진=신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