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궁금증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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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이유가 염증성 지방이기 때문이고, 염증성 지방은 뚱보균이 만든다며 프로바이오틱스나 이노시톨 섭취를 권장하는 광고가 계속 보입니다. 정말 효과 있을까요?"

최근 한 독자가 본지로 제보한 궁금증이다. 직장인 김모씨(30)는 매우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했는데 한 번도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낮아 실제 다른 사람보다 살이 잘 안 빠지는 체질이기도 하다. 이 경우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는 게 도움이 될까?

◇염증성 지방, 뚱보균 탓 아니야
먼저 '염증성 지방'은 정확한 학술 용어로는 '내장 지방'이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택 교수는 "장기 사이사이 끼는 내장지방은 염증 수치를 높이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경향이 높아 염증성 지방으로 불리는 듯하다"며 "실제 내장 지방이 저등급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염증 수치가 높으면 간접적인 여러 작용으로 체중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염증 자체가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등급 만성 염증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 기능을 떨어뜨려, 온몸의 대사 활동을 저하한다. 에너지 소비가 줄어 지방 축적이 쉬워진다. 또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의 기능도 떨어져, 쉽게 폭식할 수 있다.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남가은 교수는 "만성 염증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저하시켜 같은 칼로리를 섭취해도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 불리한 대사 상태를 만든다"며 "내장 지방이 더 쌓이면 이곳에서 다시 또 전신 염증을 심화시켜 악순환을 유발한다"고 했다.

그럼 다이어트로 잘 빠지지 않는 내장 지방 증가가 정말 '뚱보균' 때문인 걸까? 그렇게 보긴 어렵다. 뚱보균은 비만한 사람의 장에서 많이 발견되는 페르미쿠테스 등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과거 한 연구에서 1년간 저열량 다이어트를 시켰더니, 특정 균의 비율이 줄어드는 게 확인돼 해당 균들을 '뚱보균'이라고 부르게 됐다. 최근 학계에서는 '뚱보균은 없다'는 입장이 우세하고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천종식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뚱보균이 비만하고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며 "미국인의 경우엔 날씬하더라도 페르미쿠테스가 70% 가까이 되는 우점균이고, 한국인 장에도 많다"고 했다. 이어 "롭 나이트, 패트릭 슐 로스 교수 등이 분석한 결과 비만과 뚱보균은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뚱보균을 떠나 장내 미생물 환경의 불균형은 만성 염증을 유발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와 이노시톨, 효과 미미
프로바이오틱스와 이노시톨이 장내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일부 연구에서 이노시톨과 프로바이오틱스가 체중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대규모 인구를 통한 잘 짜인 무작위배정 연구는 없어 명시적 근거는 부족한 편이다"며 "도움이 거의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연구마다 사용된 균주, 용량, 개인별 반응 차이가 컸고, 대다수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효과가 컸으면 의학계에서도 활용했을 것"이라며 "실제 재발성 방광염에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방하기도 하는데, 내장지방·만성 염증 관련해서는 그 효과를 아직 학회에서 인정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노시톨은 주로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에게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면서, 체중과 복부 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 교수는 "이노시톨은 인슐린 기능 개선으로 간접적 도움을 줄 순 있을지 몰라도, 직접적인 지방 감소 효과는 적다"며 "여러 연구에서 체중 감량 효과에 대해 일관적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생활 습관만 바꿔도 쉽게 뺄 수 있어
전문가들은 내장 지방은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도 쉽게 빠져, 보조제를 먹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 교수는 "내장 지방이 피하 지방보다 먼저 빠지고, 훨씬 잘 빠진다"며 "유산소 전신 운동 만으로도 제일 먼저 빠지는 게 내장 지방"이라고 했다.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내장 지방을 뺄 때 식습관 교정과 운동이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 교수는 "알코올과 탄수화물이 내장 지방을 직접 유발한다"며 "무엇보다 금주하고 고가당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인 식단으로는 지중해식이나 DASH 식단이 있다. 정제 탄수화물은 줄이고, 채소·통곡물·불포화지방산 등의 함량은 높여 섭취하는 식단이다. 식습관을 바꾸는 게 어렵다면 먹는 양을 평소보다 5~10% 줄이고, 산책이나 달리기로 체내 에너지 사용을 늘리기만 해도 내장 지방을 뺄 수 있다. 하루 7~8시간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것도 내장 지방 감소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