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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 소개팅 등을 앞두면 마음이 떨리기 마련이다. 그럴 때 약국에서 의약품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동그란 환 제형부터 마시는 약까지 불안을 잠재워준다는 약은 다양하다. 그런데 정작 당일에 안정제를 사 먹어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다. 몸에 맞지 않았던 걸까, 약을 너무 적게 복용했던 걸까?

◇‘우황청심원’부터 ‘세인트존스워트’까지… 목적 맞게 복용해야
병원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안정제 일반의약품은 크게 세 가지 성분으로 나뉜다. 약마다 정확한 용도와 복용법 등이 달라 각자 상황에 맞게 제품을 골라야 한다. 당일만 단기적으로 안정이 필요한지, 지속적인 안정을 원하는지, 어떤 제형을 더 선호하는지 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먼저 잘 알려진 ‘우황청심원’이 있다. 우황청심원은 응급약으로, 당장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1회 복용으로 즉각 심신이 안정될 수 있다. 약효가 강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복용하기보다는 필요할 때만 일시적으로 먹는 것이 좋다. 시험, 면접 등 중요한 일이 있는 날 1시간 정도 전에 먹으면 효과가 잘 나타난다. 주로 동그란 형태의 환이나 마시는 약(현탁액)으로 제조·판매 중이다.

다음으로 ‘천왕보심단’이 있다. 이 약은 우황청심원과 달리 보약의 개념이다. 즉각적인 효과가 약해, 최소 7일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서서히 약효가 나타난다. 면접날 안정제를 먹었지만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천왕보심단을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천왕보심단​은 상대적으로 약효가 낮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복용해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낮다. 예를 들어 큰 시험을 앞두고 불안 증세가 심해져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천왕보심단을 꾸준히 먹어 스트레스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 좋다. 시험 전 일주일부터 천왕보심단을 복용하다가, 시험 당일에만 우황청심원을 먹는 것도 방법이다. 천왕보심단은 환·현탁액·캡슐 등 여러 제형이 있다.

한약뿐 아니라 생약 성분인 ‘세인트존스워트’도 있다. 주로 영양제 형태로 판매되는데, 불안·우울·무기력·긴장 등을 개선한다. 오랜 기간 복용할 수 있도록 1~2개월분을 묶어서 포장·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세 번 먹는다. 다만 세인트존스워트 역시 응급약은 아니므로, 효과를 보려면 점진적인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한 번에 여러 개 복용은 안 돼… 저혈압 환자도 삼가야
효과를 강하게, 빨리 보고 싶다고 해서 한 번에 안정제 여러 개를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안정제도 일종의 정신과계 약이기 때문에 용량이 높아지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긴장 완화의 효과가 지나치면 기계 조작이나 차량 운전 시 집중력이 떨어져 사고가 날 위험도 있다. 편한약국 엄준철 약사(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는 “교감신경을 차단하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막는 약제 특성상 과다 복용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이미 저혈압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안정제 복용을 삼가야 한다. 안정제는 혈압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평소 어지러움을 쉽게 느끼거나 기립성 저혈압이 있다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어린아이나 노인 역시 긴장이 과하게 완화하면 낙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평소 정신과 처방 의약품을 복용한다면 질환을 막론하고 안정제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우울증, 수면 장애, 불안증세 등으로 치료제를 복용 중인 상태에서 정신과 계통의 약물이 중첩돼 복용량이 과해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감기약이나 알레르기약을 먹고 있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해당 의약품은 졸음이 오는 성분이 이미 들어있어, 추가로 안정제를 복용하면 효과가 중복되고 졸린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

평소 불안 증상이 심하고 약국 안정제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면,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엄준철 약사는 “효과가 잘 듣지 않는다면 약국 안정제가 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한 셈”이라며 “만성적인 불안이나 공황 장애는 일반의약품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신경정신과 등에서 충분한 상담 후에 약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