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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치매 환자가 조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려면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8월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성인 1036명을 대상으로 경도인지장애·치매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본인보다 가족이 인지 기능 저하 문제를 겪을 때 병원을 방문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크게 높았다. 본인의 문제가 되면 혹여 치매를 진단받을까 두려워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 가족은 달라진 부모님 혹은 형제·자매의 모습을 느꼈을 때, 어떻게 병원을 데리고 가야할까?

영국 치매 전문 자선단체 디멘티아 유케이(Dementia UK) 소속 미셸 맥고언 치매 전문 간호사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에 치매 의심 환자와 대화하는 세 가지 기술, ▲행동하기 ▲설명하기 ▲지원하기를 소개했다.

'행동하기'는 환자가 갑자기 화를 내거나, 스스로 기억력·인지 저하 등으로 좌절감을 느낄 때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증상을 최대한 듣고, 도움이 필요한 단계인지 가족은 판단해야 한다. 맥고언 간호사는 "치매는 잘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말고도 200가지 넘는 유형이 있다"며 "가족이 직접 증상을 보고 식별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이상 증세가 느껴진다면 빠르게 병원을 데리고 가야 한다"고 했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언어·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를 보고 진단하는 질환이다. 보통 과거 일은 기억해도 최근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력 저하, 단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상대방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 능력 저하, 집이나 익숙한 곳에서 길을 잃는 시공간 능력 저하, 성격 저하 등의 증상이 초기에 나타난다.

만약 가족이 느끼기에 병원 진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사려된다면, '설명하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설명하기'는 문제가 되는 증상이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치매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제 치매는 증상으로 진단 여부를 가리는 만큼 원인이 다양하다. 치매 중 5~10%는 원인을 치료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이런 치매를 '가소성 치매'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원인으로 알코올 중독, 갑상선 기능저하증, 비타민B1·6·12 결핍, 정상압수두증(뇌에 물이 차는 질환) 등이 있다. 이땐 적절한 약을 복용하거나,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거나, 수술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맥고언 간호사는 "치매 진단이 두려운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혹여 알츠하이병 같은 퇴행성 치매더라도, 빠르게 진단받으면 환자가 스스로 미래를 계획하고 치료를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세번째 기술은 '지원하기'로, 치매 증상이 있는 가족이 약속 장소에 나갈 수 있도록 동행하는 등 일상 생활을 돕는 것이다. 초기 치매 환자는 일상 생활을 최대한 유지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예방의학연구소가 지난 8월 '미국알츠하이머협회 2025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네가지(식습관·운동·스트레스 관리·사회적 관계)와 관련한 생활 습관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더니 초기 치매 환자의 전반적인 인지 능력이 유지되거나,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가 혈액 속에서 감소했다고 밝혔다.

북유럽에서 1200명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서도, 식단 개선·운동·인지 훈련·혈관 위험 인자 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유의하게 늦춰진 것으로 확인됐다.

맥고언 간호사는 "환자 본인은 도움을 요청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가족이 약속 참석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대화를 이어가고, 증상 일지를 꾸준히 작성하도록 도우면 악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어 "점점 증상은 악화될테지만, 치매 환자들은 가족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가족을 만나면 행복해 보이곤 한다"고 했다.

아래는 치매 자가진단법이다. 15가지 항목 중 6개 이상 해당한다면, 정확한 치매 진단이나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장한다.

1. 오늘이 몇 월이고 무슨 요일인지 잘 모른다.
2. 자기가 놔둔 물건을 찾지 못한다.
3.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4. 약속하고서 잊어버린다.
5.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온다.
6.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을 대기가 힘들어 머뭇거린다.
7. 대화 중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반복해서 물어본다.
8.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9. 예전보다 계산능력이 떨어졌다.
10. 성격이 변했다.
11. 이전에 잘 다루던 기구의 사용이 서툴러졌다.
12. 예전보다 방이나 주변 정리 정돈을 하지 못한다.
13. 상황에 맞게 스스로 옷을 선택하여 입지 못한다.
14. 혼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지에 가기 힘들다.
15. 내복이나 옷이 더러워져도 갈아입지 않으려고 한다.
(출처: 한국판 치매 선별 질문지; KDSQ-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