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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체세포 핵이식 난자. 가운데에 있는 흰 점이 방추사다./사진=미탈리포프 연구소
미국 연구진이 사람의 체세포(피부세포)를 활용해 수정 가능한 난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국 포틀랜드 오리건 보건과학대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 연구팀은 피부세포의 핵과 미리 핵이 제거된 난자를 융합해 정자와 수정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차의과대학 연구팀도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체외수정의 대안으로 ‘체세포 핵이식(SCNT)’ 기술을 제안했다. 핵이식 기술은 기증받은 난자에서 유전물질이 있는 세포핵을 제거한 뒤 불임 여성의 피부세포 핵을 넣는 기술이다.

다만, 이 기술은 비정상적인 수정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정상적인 수정 과정에서 난자와 정자는 각각 23개의 염색체로 총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수정란을 만든다. 반면 피부세포는 이미 46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어 피부세포 핵을 가진 난자와 정자가 수정할 경우 해당 수정란은 69개 이상의 염색체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쥐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이를 염색체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법을 시도한 바 있었지만, 인간 세포에서는 이 방법을 검증한 적이 없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피부세포 핵의 염색체 수를 23개로 줄인 후,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했다. 이렇게 총 82개의 난자를 만들어 각각 정자와 수정시켰다.


그 결과, 약 9%의 수정란이 수정 후 6일째 배반포(체외수정 시 자궁에 배아 이식이 이뤄지는 기간) 단계까지 성장했다. 다만, 그 외 대부분의 수정란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했고, 배아가 발달하더라도 배반포 단계에서 염색체 이상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배반포 단계 이후에는 윤리적 문제로 인해 배양을 중단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를 인간 세포에서 난자를 만드는 가능성을 처음 입증한 연구로 평가하고 있으며, 향후 연령·질환·치료 등으로 인해 불임인 여성에게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실제 임상에 적용하려면 효과와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추가 연구가 최소 10년 이상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미탈리포프 교수는 "이 기술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환자군은 고령의 여성일 것이다"며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사람들 또한 생존 가능한 난자를 얻는 능력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연구에서는 여성의 피부 세포를 사용했지만, 남성의 피부 세포도 사용할 수 있다"며 "남성을 위한 난자를 만들 수도 있고, 그럴 경우 당연히 동성 부부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번 연구에 쓰인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생명윤리법에 따라 체세포 핵이식으로 배아를 만들어 줄기세포를 얻을 수는 있지만, 자궁에 착상시킨 후 아기를 탄생시키는 것은 금지돼 있어서다. 논문 공동 저자인 차의과대학 강은주 교수 또한 국내에서 사람 난자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워 미국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